토지의 경계는 오류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지적도를 기준으로 한다. 경계침범은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다. 과거에는 측량기술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강변의 땅이 강 속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법에 따르면 토지소유권은 지표면뿐만 아니라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 이에 이웃의 지상건물이나 지하시설물이 경계를 침범한 때 토지소유자는 침범한 건물이나 시설물 부분의 철거와 그동안의 점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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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그러나 경계침범 건축 후 취득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건물철거청구를 인정하기만 하면 별 문제 없을까. 그렇지 않다. 경계침범 건축이 측량 잘못 등 과실로 이뤄지는 경우라면 철거로 인한 심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웃 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웃 토지를 약간 침범한 고층빌딩의 경우가 그렇다. 토지소유자가 건물소유자에게 철거청구로 위협하면서 고액의 토지점용료 지급이나 고가의 토지매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에는 경계침범 건축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서, 법원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원칙은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의 도가 지나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나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법률선진국처럼 이웃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특별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독일 민법을 참조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경계침범 건축이 고의나 과실 없이 이뤄진 경우 침범당한 토지소유자가 이를 알고 3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이를 인용(認容)하도록 하고,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게 침범된 토지부분에 대해 지료 상당의 보상이나 그 매수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참고한 독일민법에 비해 토지소유자의 인용의무 성립요건이 너무 까다롭기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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