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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맞아도 다시 잘해주면 마음이 흔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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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헤어진 뒤 괴롭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건은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으로도 이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데이트 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기관과 처벌 조항이 별도로 없어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마저도 신체적인 폭력이나 성폭행 등 물리적 폭력이 있을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협박이나 정신적 폭력의 경우 사실상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

#.1 대학생 김모(22·여)씨는 1년 가량 알고 지낸 대학원 선배 박모(26)씨와 사귀었다. 이후 박씨는 다른 남자 동기와 얘기하거나 다른 남자 동기를 칭찬하는 김씨에게 불만을 나타냈고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감시했다. 김씨는 “다툼 중 박씨가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고 내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2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3살 연상 최모(31)씨와 교제했다. 최씨는 이씨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네가 어려서 잘 몰라", "내 말이 맞지 않냐"며 혼내거나 심지어 타박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것을 무용담처럼 떠들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이씨는 헤어지자고 말했고, 최씨는 칼로 그은 상처가 난 손목을 보여주면서 "다시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을 일삼았다. 이씨는 “한동안 죄책감과 우울함에 시달렸다”고 하소연했다.

◆데이트 폭력, 엄연한 범죄…법적 처벌 상대적으로 미흡

연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데이트 폭력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생 A씨가 여자친구를 감금·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데이트 폭력도 엄연한 범죄행위이지만, 연인들 사이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사회적 심각성이나 법적 처벌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시민은 "친근한 커플 사이에서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인데 그 폭행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가해자가 의사를 꿈꾸는 의전 학생이라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 수험생은 "이번 사건을 접한 뒤 공포스러웠다"면서 "데이트 폭력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맞았다는 점과 사귀기 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끔찍하다. 이번 사건도 가해 남성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 부끄러움을 알고 온당한 처벌을 받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데이트 폭력의 원인은 ▲달라진 이성교제 문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은폐하려는 경향 ▲남성들이 데이트 폭력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해석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부족한 인식 등이 꼽힌다.

◆가해자, 되레 피해자 탓으로 돌려…폭력 합리화

이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은 "나날이 성적 쾌락과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면서 인스턴트 식의 만남이 흔해졌고, 이른바 '묻지마 데이트'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보통 '데이트는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어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숨기려고 한다"면서 "데이트 폭력이 은폐되는 가운데 피해자가 고통받는 기간이 연장되거나 폭력의 정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가해자가 데이트 폭력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면서 폭력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경우 성폭력방지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각각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데이트 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기관과 처벌 조항이 별도로 없어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마저도 신체적인 폭력이나 성폭력 등 물리적인 폭력이 있을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할 뿐, 협박이나 정신적 폭력의 경우 사실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협박과 같은 정신적 폭력, 사실상 입증 어려워…처벌도 쉽지 않아

지속적인 괴롭힘(스토킹)의 경우 2010년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개정돼 처벌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처벌된 경우는 2년간 503명에 불과하다. 1인당 범칙금도 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범죄 억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다.

반면 외국에서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위한 각종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범죄 방지에 주력,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영국은 2014년 3월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이름을 따 데이트 상대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美 여성폭력방지법, 가해자 일단 체포…피해자 격리

또 미국은 1994년부터 여성폭력방지법에 데이트 폭력을 포함해 가해자를 '의무 체포'한 뒤 피해자와 격리하는 방법을 쓰도록 하고, 매년 2월 '데이트 폭력 근절의 달'로 지정하는 등 데이트 폭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랑 아닌 '범죄'라는 사실 깨닫고, 주변에 도움 청해야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가해자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만큼 폭력이라고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비슷한 행위가 지속해서 반복되면 이는 사랑이 아닌 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길 듀오 과장은 "일부 여성들은 이를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면서 데이트 폭력을 견디곤 하지만, 되레 가해 남성이 피해여성을 우습게 보고 폭력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고소 조치 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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