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사건 대등재판부 중국률 낮은 건 조정률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

재판장인 고법부장판사 1명과 지법부장급 판사(고법판사) 2명을 배석판사로 꾸린 대등재판부는 사실심 강화를 통해 상고율이나 파기율을 줄이자는 측면에서 만들어졌지만, 일반 재판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등재판부에 대한 일선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지적까지 나온 만큼 오는 2월에 있을 법관 정기인사는 대등재판부 등 법관 인사 이원화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14일 서울고법의 '재판역량 강화 태스크포스(TF)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2014년 민사·가사, 형사, 행정 사건에서 대등재판부의 상고율이나 파기율이 비대등재판부보다 높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관과 재판연구원까지 배치해 대등재판부를 구성, 운영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대등재판부에 대한 내부 불만이 심화되자 지난 5월부터 TF를 만들어 대등재판부의 문제점을 점검한 후 지난해 29일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선 민사·가사 사건의 경우 대등재판부의 상고율(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비율)이 비대등재판부와 같았던 2012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1.2%~2.7% 정도 높았다.
파기율(대법원에서 고법 판결을 파기한 비율) 또한 비대등재판부와 비교해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형사사건도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2013년에는 대등재판부 상고율(46.6%)은 비대등재판부(36.6%)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2011년 파기율은 13.5%로 4.4%인 비대등재판부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행정 사건은 근소한 차이지만, 대등재판부의 상고율과 파기율이 비대등재판부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사건 중국률의 경우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으면서도 "종국률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등재판부 민사부의 경우 상고율이 높고 종국률이 낮은데 이는 조정률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법판사들의 경력이 점점 높아지는 점, 심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동시에 판결서 작성을 하다 보니 업무량이 과중한 점 등이 조정에 소극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재판연구원 업무 역량 강화로 고법판사의 판결서 작성 등의 업무량을 감소시켜 주는 것이 조정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런 상황은 제도의 비효율성 측면으로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당한 경력의 고법판사 투입 및 재판연구원 배치에도 불구하고 종전 대비 우월한 성과지표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대등재판부 제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종국률 향상 등 효율성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나, 투입 대비 산출의 논리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사실 대등재판부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은 법원으로선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며 "연륜있고 실력있는 판사를 배치해도 상고율과 파기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 제도는 폐기 수순으로 갈 수 있고, 이번 인사가 그 근간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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