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우물은 사하라사막에 있는 샘 같지 않다. 사하라사막의 샘은 고작 모래 속에 뚫린 구멍일 뿐인데, 그들이 발견한 샘은 마을에 있는 우물 같았다. 도르래도, 물통도, 끈도 다 준비돼 있다. 어린왕자가 도르래를 돌리려 하자 오랜 침묵을 깨고 삐걱거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어린왕자는 환호한다. “우리가 이 우물을 깨우니까 노래하는 거야.” 도르래의 노래를 들으며 둘이 물을 마신다. 그 물은 결코 단순한 물일 수 없다. 특별한 천상의 선물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축제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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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말한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인간과 삶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다. 덧셈의 욕망에 길들여진 사람의 세상에서는 사막 속에 숨어 있는 우물을 헤아리기 어렵다. 보이는 사막이 현실이라면 보이지 않는 우물은 환상이거나 상상의 영역이다. 생텍쥐페리는 그 둘을 이어보고자 비행했다. 우물의 노래를 들으며 천상의 선물을 만끽할 수 있었던 대목에서도, 작가는 “별 밑에서의 행진, 도르래의 노래, 내 팔의 노력에서 생겨난 것”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환상은 현실을 서로 넘나들면서 역동적으로 스미고 짜인다.
새해가 밝았지만 정작 우리네 살림살이는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헬조선에서 비하공화국 담론까지 구름만 잔뜩 끼어 있는 형국이다. 새해를 강타한 중국의 증시 폭락이나 북한의 수소탄 개발 선언 같은 충격적 사건에다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고용 불안정 등 어느 곳을 둘러보더라도 사막처럼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플랜 A나 플랜 B가 아니라, 최후의 보루까지 고려해야 하는 비장의 생존전략을 의미하는 ‘플랜 Z’란 용어까지 회자된다. 이 막막한 사막에서도 과연 어린왕자는 우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플랜 Z를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우물의 노래를 위한 내 팔의 노력이 더욱 긴요할지도 모르겠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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