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곧 민정수석실 관계자와 만나 “딴사람은 몰라도 B검사만은 절대 중앙지검 부장이 돼선 안 된다”고 항의했다. 며칠 뒤 인사가 발표됐고 B검사 이름은 중앙지검 부장 명단에서 빠졌다. A씨는 “그때 수도권 다른 검찰청 부장으로 전보된 B검사는 실망했는지 얼마 후 검찰을 떠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검사 인사, 정말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은 ‘고차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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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사회부 기자 |
2001년 별세한 김경회 전 부산고검장도 1972년 서울남부지청에서 장흥지청으로 좌천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서기관급 공무원 1명을 구속하려다 이를 말리는 상사와 충돌한 게 발단이 됐다. 양복 안주머니에 사표를 품고 남도 땅끝으로 내려간 김 전 고검장은 지청장의 간곡한 만류에 마음을 돌렸다. 그 또한 훗날 대검 중수부장, 서울지검장을 거쳐 고검장을 지냈다.
#3. 검찰 인사를 지켜보면 종종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검사 시절 안팎의 예상과 달리 고검장 진급에 실패했다. 검사장을 끝으로 아쉽게 검찰을 떠난 그가 고검장보다 훨씬 높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더니, 급기야 검찰 출신 첫 헌재소장의 영예까지 안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검사장 승진에서 두 차례 연거푸 탈락했다. 3번째 도전에서 ‘늦깎이’로 검사장을 단 그는 선배와 동기들을 제치고 법무장관에 기용된 지 2년여 만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로 영전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그런 시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박한철·황교안이 과연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4. 요즘 검찰은 인사철이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는 끝나 지청장, 차장, 부장 등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만 남았다. 다음 자리에 관한 ‘귀띔’을 들은 검사도 있을 테고 어디로 갈지 막막한 검사도 있을 터이다.
인사에 목숨을 거는 검사들의 속성상 ‘물먹었다’ 싶으면 당장 사직서가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하지만 속담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모름지기 진정한 검객(劍客)은 조직이나 상사가 ‘나’의 진가를 알아볼 때까지 칼날을 갈며 기다리는 법이다.
김태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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