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88’ 열풍이 거세다.
응팔의 성공은 의외다. 흔히 드라마 흥행을 위한 필수요소로 꼽히는 막장 요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사랑과 이웃 간의 정이 주된 소재다. 배경도 그래서 쌍문동 골목길이다.
그런데 시청자는 열광한다. 복고의 코드에 심어진 세대 교감이 그 이유다.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 외에도 어른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들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27년 전 그들의 이야기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응팔이 전하는 따뜻한 어록으로 오늘 우리의 삭막함을 치유해보자.














"소중한 나의 가족"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응답하라 1988] 1화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왜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보다 더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게 있기 때문이라는 거.
바로 나 때문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건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닌 자존심마저 버려버렸을 때라는 걸.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
[응답하라 1988] 5화
가까스로 엄마를 위로할 나이가 되었을 땐 이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엔 지나치게 철이 들어버린 뒤다.
지금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다면 그저 ‘나 지금 엄마가 필요해요’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응답하라 1988] 5화
"엄마가 영어를 몰라 엄마가 영어를 읽을 줄 몰라... 아들 미안.."
"니 엄마는 내캉 같이 국졸이다. 국졸이면 머 어떻노 사는데 아~무 지장 없드라 아빠가 볼때는 마 니엄마가 세상에서 젤로 똑똑한 사람이다.
대학 나오고 박사 달고 이런 거 다~필요 없다!
사는데 그런 종이 쪼가리가 머 필요하노 남한테 죄 안 짓고 내 밥벌이 잘하고 살믄 되지머...“
[응답하라 1988] 11화
어릴 적 우리 집엔 슈퍼맨이 살았다.
그는, 세상 고칠 수 없는 물건이란 없는 ‘맥가이버’였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짱가’였으며
약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히어로 중에 히어로였다.
하지만 철부지를 벗어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다만 들키지 않았을 뿐, 슈퍼맨도 사람이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슬프고 무섭고 힘겨운 세상들이 아빠를 스쳐 갔는지를.
그리고 이제 간신히 깨닫는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슬프고 무섭고 힘겨워도 꿋꿋이 버텨낸 이유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음을.
가족이 있었고 내가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음을.
[응답하라 1988] 13화
"사랑하는 이에 대해"
오늘 고백하신 모든 분들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끝으로, 혹시 아직 사랑하는 그 누군가로부터
고백을 받지 못하신 분이 계신다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또 다른 누군가가 지금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불쑥 고백해 올지도 몰라요.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을 좋아했노라고.
[응답하라 1988] 6화
사랑한다면 지금 말해야 한다.
숨 가쁘게만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변하기 전에 말해야 한다.
어쩌면 시간이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했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고백해야 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응답하라 1988] 7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냥 주고 싶은 넉넉함이 아니라 꼭 줄 수밖에 없는 절실함인 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단지 그 사람의 체온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체온을 닮아간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널 끝없이 괴롭게 만든 데도
그래서 그 사람을 끝없이 미워하고 싶어진대도
결국 그 사람을 절대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사랑한다는 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뜻 인거야...
[응답하라 1988] 12화
"덕선아 너는 어떠냐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너 너 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아니 고구마 취향은 그렇게 분명한 애가 뭐 좋아하는 사람 취향 같은건 없냐?
덕선아 아니 수연아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니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 알겠지?“
[응답하라 1988] 14화
"세상 모든 이에게"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들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버텨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응답하라 1988] 2화
어른스러운 아이는 그저 투정이 없을 뿐이다.
어른스레 보여야 할 환경에 적응했을 뿐이고, 착각 어린 시선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어른스러운 아이도 그저 아이일 뿐이다.
착각은 짧고 오해는 길다. 그리하여 착각은 자유지만 오해는 금물이다.
[응답하라 1988] 2화
“암만 남의 것이 좋아 보여도 다 허탕인 것이여 이 사람아.”
“오래된 내 것만큼 지겹고 초라한 것도 없다. 하지만 지겨움과 초라함의 다른 말은 익숙함과 편안함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준 익숙한 내 것과 편안한 내 사람들만이 진심으로 날 알아주고 안아주며 토닥여 줄 수 있다.
지겹고 초라해 때론 꼴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내 사람뿐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오랜 내 사람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응답하라 1988] 4화
“말에는 가슴이 담긴다. 그리하여 말 한마디에도 체온이 있는 법이다.
이 냉랭한 악플의 세상이 그나마 살만하도록 삶의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건 잘난 명언도 유식한 촌철살인도 아닌 당신의 투박한 체온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말은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 말에도 체온이 있다.
[응답하라 1988] 8화
정예진 기자 yjin8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