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타랄가에 사는 베우 코스그로브(5)는 매주 화요일 엄마와 왕복 8시간에 걸쳐 시드니로 먼 길을 떠난다.
코스그로브는 ‘모르쿠오 증후군(Morquio syndrome)’을 앓고 있다. 뮤코다당증의 하나로 유전성 질환인 이 증후군은 성장판이 있는 골판에 문제가 생겨 키가 작고, 구부정한 등과 척추 마디가 찌그러지는 증상 등을 보인다. 대부분 환자의 신장은 1m 내외에 그친다.
코스그로브가 시드니로 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장치가 공식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드니의 한 병원에서 임상시험 일환으로 모르쿠오 증후군 치료를 받는 중이다. 코스그로브의 치료는 6시간 동안 진행된다.
코스그로브의 엄마 사만다는 데일리메일 호주판에 “아들의 효소가 노폐물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며 “뼈마디와 각종 신체기관에 (노폐물이)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코스그로브는 무릎의 철심 삽입을 비롯, 올해만 다섯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의사들은 코스그로브가 앞으로 살면서 30~50회는 수술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그로브의 집에서 시드니 병원까지 거리는 230km에 달한다. 멀지만 사만다는 아들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다. 코스그로브가 받는 효소보충요법은 지난 2013년에야 ‘임상시험’ 허가가 떨어졌다. 현행 호주 의약혜택제는 효소보충요법을 인정하지 않아 정식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사만다는 “치료 전 아들은 보조장치 없이 걷지 못했다”며 “달릴 수도 없고, 두 다리를 동시에 들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지금은 30분 정도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다”며 “누울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만다 부부는 농장을 운영한다. 코스그로브는 비록 휠체어에 의존하지만, 직접 양을 울타리로 곧잘 몰아넣는다. 조랑말을 무척 좋아하는 그의 별명은 '용감한 카우보이'다.

코스그로브는 첫 번째 생일이 지나고 며칠 뒤, 모르쿠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사만다는 “반경 100km 내의 모든 병원은 다 간 것 같다”며 “몇 달에 걸쳐 검사를 받고 나서야 아들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그로브가 자라서 운동도 하고, 결혼과 여행도 하리라 믿었다”며 “많아야 열 살까지밖에 못 살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절망했다”고 울먹였다.
효소보충요법 덕분에 코스그로브의 상태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아들의 병을 완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만다는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모으고 있다. 관리만 잘한다면 모르쿠오 증후군을 이겨내고 코스그로브가 잘 자라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만다 부부는 호주의 의약혜택제가 더 많은 질환을 포함해주기를 원한다. 이들은 의약혜택제의 도움으로 가까운 병원에서 효소보충요법을 받도록 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했다.
“효소보충요법과 치료제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매주 화요일마다 시드니까지 왕복 8시간에 걸쳐 오가지 않아도 되거든요. 숙소를 따로 잡을 필요도 없고, 아들이 치료받기도 더 쉬워지겠죠.”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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