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만이라도 가족들과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여섯 살 소년의 소원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잉글랜드 베드퍼드셔에 사는 야쿱(6)은 ‘히르슈슈프룽 병(hirschsprung’s disease)’을 앓고 있다. 선천적으로 장운동을 담당하는 장관신경절세포가 없어 내용물이 항문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야쿱은 지금까지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다. 치료와 거듭된 수술 때문이다. 가족과 집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야쿱에게는 이루기 너무나 어려운 일. 그래서 더욱 간절한 소원이 됐다.
야쿱은 총 두 차례나 다섯 개 장기를 동시 수술했다. 횟수로 따지면 10회다. 대장과 소장, 간, 췌장 그리고 위 등 소화기관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다. 야쿱은 병원에서 회복 중인데, 불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터라 이번에도 병원에서 바깥만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야쿱의 엄마 에디타(27)는 비록 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보낼지라도 아들이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에디타는 “야쿱이 세 살 때쯤 이식환자 리스트에 등록됐다”며 “수술 전의 아들은 너무나 상태가 나빴고, 여러 치료를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첫 수술 후, 20주 정도 병원에서 보내고 집에 돌아갔다”며 “상태가 나빠져 다시 병원에 실려 갔다”고 덧붙였다.
에디타는 “첫 수술 후, 아들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켰다”며 “의료진이 투입한 강력한 치료제 덕분에 거부반응은 줄었으나, 이를 견디느라 야쿱의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야쿱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의 부모는 더 이상 장기이식수술이 없기를 바랐다. 이식수술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8월이 됐을 때 야쿱에게 두 번째 동시 이식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 그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수술대로 보내야했다.
에디타는 “우리는 올해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냈다”며 “미소 짓는 아들을 보는 것만큼 마음아픈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들이 집에 가고 싶어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야쿱은 감옥에만 있지 않을 뿐 자신을 죄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갇힌 신세가 죄수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다.

에디타는 아들이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내길 바라지만, 무리한 소원은 빌지 않을 생각이다. 여기서 무리한 소원은 ‘집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로 보인다.
에디타는 “야쿱이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요?”라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극히 바라지만, 그 희망을 계속 붙잡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에디타는 덧붙였다.
에디타는 아들의 두 번째 수술이 효과를 발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언제라도 갑자기 아들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함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좋겠지만, 일단 건강하게 병원에서라도 야쿱이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이들 가족에게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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