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의 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제 아이들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어요. 오랜 숙원 끝에 생후 2개월 된 몽이를 입양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강아지를 실질적으로 돌보는 일은 엄마인 제 몫이 되었고 그렇게 몽이와의 동행은 시작됐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몽이의 나비날개처럼 예쁘게 펼쳐진 귀 아래 잔털들이 본인의 흘러내린 잔머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사랑스런 막내아들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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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미 작가가 자신의 애완견 ‘몽이’를 안고 있다. 작업의 모티브가 돼준 몽이는 전형적인 펫팸족인 그에게 막내아들 같은 존재다. |
그는 자연스럽게 주변의 펫팸족과 교류하게 된다. 모두들 반려동물의 학부형처럼 정보 교환에 열성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형처럼 모두들 친근하게 지냈어요. 좋은 학원이 어디인지 학습 정보를 나누듯 애견숍, 애견카페, 애견 호텔, 애견 펜션 등의 정보를 주고받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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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을 키우는 다둥이가족을 찍은 작품 ‘선규네 가족과 코코와 건달이, 삼성동’ |
“신기하게도 애완동물과 펫팸족의 표정, 자세, 분위기 등이 서로 닮아 있었어요. 마치 처음부터 함께했던 것처럼요.”
그의 사진은 동물과 사람들의 인연을 상상하게 해준다. 유기동물처럼 끝까지 인연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동물의 만남을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한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처음 보았을 때 눈빛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에요. 인연의 스파크가 일어나는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각별한 만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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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세태인 1인가구 펫팸족을 촬영한 작품 ‘안나와 나나와 쿠쿠, 서울’ |
“동물에 관한 사진이라기보다 동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속한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사진 배경이 대부분 1인가구다. 그것도 20~30대 젊은 층 비율이 높아 세태를 엿볼 수 있다. 동물을 위한 호텔, 병원, 촬영 스튜디오, 보험, 놀이방, 장의사 등 다양한 반려동물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강남의 동물병원에서는 탄산수 스파목욕이 인기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기동물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다 죽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의 질은 물론 목숨까지도 인간의 선택과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얄궂게 느껴져요. 인간 삶의 축소판이지요.”
요즘도 쓰레기봉투에 담겨 유기된 강아지나 독극물을 먹고 쓰러진 길고양이처럼 아무런 잘못 없이 사람들의 이기심과 폭력성에 희생당한 도시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여전히 이 도시 한편에서는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그들의 가장 좋은 벗이자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간의 삶’에 동행하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무덤덤한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의 사진 속에는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촬영 배경이 되는 공간 속에서 동시대 가족과 주거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혼자 사는 대학생의 작은 원룸에서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사는 아파트까지 2인 이상의 가족 단위 가구와 1인 가구로 양분된다. 가족 단위의 경우 대부분 집 안의 거실을 배경으로 하는 반면에 1인 가구의 경우에는 침실이나 본인의 직업을 짐작케 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각적인 분류가 가능하다. 옷차림과 머리모양, 앉거나 선 자세, 페디큐어와 양말 등 디테일한 부분에선 취향도 읽어낼 수 있다. 가구와 가전제품, 커튼, 쿠션, 침구 같은 패브릭과 집안 곳곳의 소품들에선 취향뿐 아니라 시대의 유행까지도 유추케 해준다. 꽃무늬 포인트 벽지나 이케아 철제 서랍장처럼 상징성이 강한 아이템들이 대표적 사례다. 자주 가는 장소도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작가는 핑크색 장남감이나 옷이 있는 ‘가게 풍경’사진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핑크색에 여성을 가두어 놓는 ‘핑크색 성(性)이데올로기’를 되새김질해보는 작업이다. 인물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과의 관계성 탐구 작업이다. 반려동물 작업도 인간과의 관계성 탐구라는 점에서 큰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어요. 사람보다 짧은 수명 탓에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야 하는 아픔도 있지요. 자녀들에겐 미리 죽음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주인이 어떤 상태이건 간에 항상 반겨주는 반려동물의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18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그의 ‘반려동물’전이 열린다. 전시기간 동안 반려동물을 동행하는 관람객에겐 특별촬영 기회도 주어진다. (02)730-7818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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