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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정기 학술심포지엄 개최

입력 : 2015-12-08 17:32:26 수정 : 2015-12-08 1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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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기독교 성찰·반성’ 주제…이만열 교수 기조강연

광복 70년, 한국 기독교는 자기 신학의 발굴 없이 양적 성장만 추구해 왔던 과거를 성찰하고 이제는 냉각된 남북관계를 화해와 평화로 이끄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숙명여자대학교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장) 명예교수는 지난 5일 (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한국기독교역사학회가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정기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단 70년, 한국 기독교의 성찰과 반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이 교수는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에 한국교회가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신학’이 없기 때문이다”며 “그만큼 자기 상황을 두고 고민도 성찰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자기 신학은 한국 기독교인이 자기 상황을 통해 고민하면서 스스로 체계화한 신학을 의미하는 것.

그는 “한국의 신학을 두고 더러 ‘수입 신학’ 혹은 ‘번역 신학’이라고 한다”며 “한국에 프로테스탄트 첫 세례자가 나온 것이 130년이 넘었는데도 ‘한국의 신학’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것은 신학화의 전제가 되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고, 그 상황을 문제의식으로 승화시켜 신학화의 고민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그만큼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문제의식에 투철하지 못했거나 신학화를 위한 영성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개신교의 경우, 일직부터 신학화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한국인의 풍토에 전래한 기독교가 이 땅에 뿌리 내리는 문제를 두고 소위 토착화를 위한 신학적 시도가 초기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또, “토착화 신학이나 민중신학이 한국에서 가능했던 것은 그런 연구자들이 속했던 기관이 비교적 학문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며 “한국의 교계가 창의적이거나, 자기 색깔과 다른 신학을 용납할 만큼 관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신학화를 창의적으로 해 나가려면 소속 교단으로부터 퇴출당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학문의 자유가 없는 곳에 이런 신학화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없으며, 교단 설립자에 대한 비판마저 용납하지 않는 풍토에서 신학화의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교계가 부패를 향해 속도를 내는데도 신학자는 말이 없다”며 “남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듯이 ‘번역 신학’, ‘수입 신학’에 머물면서 자기 문제를 스스로의 고민과 영성으로 극복해 가지 않고 있는 한국 신학계, 특히 한국교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 복음주의 신학계는 여기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신학화의 작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학화 작업은 한국의 개성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도출된 것인만큼 그것을 어떻게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가 하는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 시대 한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의식이 학문적으로 성숙하려면 반드시 보편화의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분단 70년을 맞아, 성장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이유가 자기 신학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에는 많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거듭 강조했고, “이제 한국 기독교는 지금까지 북의 동족을 향해 겨눴던 총구를 거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결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평화로 이끌어 이제 더 이상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북에 대한 증오를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어리석은 의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70년 동안 이룩하지 못한 남북 대결의 험로에 용서와 화해, 평화와 통일의 통로를 깔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백만이 피를 흘린 동족상잔의 비극 역사도 용서와 화해로서 풀 수는 있어도 증오와 보복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십자가의 사랑은 자기를 못박은 원수까지 용서함으로 완성되는 것이지, 그들을 향한 저주로써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감리교신학대학교 이덕주 교수가 ‘신학이 정치를 만날 때- 해방 후 신학 갈등과 교회 분열’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한국 신학교 대부분이 교단 소속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연구가 불가능하다”며 이만열 교수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 결과 교단 신학교 신학은 학문적 양심과 이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교단의 정치세력이 요구하는 ‘진영 논리’를 개발하거나 그 선전 도구로 이용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며 “신학이 교회 정치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역사학회가 개최한 정기 학술심포지엄 전경.

또, 해방 이후 한국 기독교가 권력과 유착한 사례들에 대한 발표도 나왔다. 한성대학교 윤경로 명예교수는 “이승만 대통령 재임 시절 종교 법인과 전문 종교인에 대한 각종 면세 혜택이 시작됐다”며 “그러나 오늘날 대형교회 담임 교역자들의 ‘사례비’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교회와 교역자에 대한 면세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작금의 형편이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난 후, 이를 미화하는 한국 신학자의 낮 뜨거운 글도 소개했다. 말하자면 5·16 군사쿠데타는 ‘하나님께서 준비해주신 권세로 주님의 특별한 섭리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글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낯 뜨거운 ‘아첨’은 곧 ‘효험’을 봤고, 특혜와 권력유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목원대학교 김흥수 교수가 ‘분단 70년, 북한 기독교의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했고, 서울장신대학교 정병준 교수와 북한교회연구원 유관지 원장, 고신대학교 이상규 교수가 논찬에 참여해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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