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정 속 변화" vs LG "과감한 쇄신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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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 트윈타워(오른쪽). 사진=세계일보 DB |
오랜 기간 ‘전자 맞수’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같은 듯 서로 다른 인사스타일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안정 속 변화”를 꾀한 반면 LG전자는 “과감한 발탁”을 통해 부진한 사업부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7일 삼성그룹과 LG그룹에 따르면 2016년 삼성 사장단 인사 규모는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5명으로 비교적 소폭이다. 지난해 승진자(3명), 총규모(11명)보다 각각 약간씩 늘었지만 일각에서 거론되던 대대적인 사장단 물갈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삼성 사장단 전체규모는 대표 부사장 2명을 포함해 52명으로 지난해(53명)보다 1명 줄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전권을 갖고 실행에 옮긴 첫 번째 인사로 특징은 ‘안정 속 세대교체’를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했다. 구 부회장은 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사업 및 신성장동력 발굴을 집중 지원하며 관련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게 된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특히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 생산기술원장 홍순국 전무를 주목한다. 홍 전무는 신성장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부품 분야의 장비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에서 2단계 발탁돼 사장으로 파격 승진했으며 신설된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게 됐다. LG전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경영진 ‘허리’ 두껍게 한 삼성…CEO 대신 전무 승진자 늘려
이달 4일 삼성은 승진 294명의 201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일 공개한 대표이사 부사장을 비롯한 사장단 7명을 더해 모두 301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냈다. 이는 2015년도 356명보다 15.4% 줄어든 수치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도 261명 이후 최소 승진규모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방산·석유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여파로 예년보다 승진규모가 대폭 축소됐다는 관측이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직급별 승진자는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이다. 전무 승진자만 2015년 58명에서 68명으로 유일하게 늘었다. 최고경영자(CEO) 차기 후보군인 전무급 인사를 늘려 경영진 ‘허리’를 두껍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은 9명, 해외법인 현지인력은 4명으로 나타났는데 2015년 승진인사(14명, 9명)에 못 미쳤다. 다만 여성 9명 중 8명이 처음으로 임원에 올라 여성인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인사는 44명으로 역시 2015년 56명보다 21.4% 축소됐다. 2011년 41명 이후 최소치다.
계열사별로 보면 ‘맏형’ 삼성전자는 135명의 승진임원을 배출했다. 올해(165명)보다 18%, 2014년(227명)과 비교하면 40%나 감소했다. 이번 인사 이전의 전체 임원 규모는 1200여명인데, 승진자 감소 추세와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자로 미뤄보면 20%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영성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해 과거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결과”라며 “미래를 위해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력에 대해서는 2년 이상의 과감한 발탁인사로 승진시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힘썼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정 전문가인 심상필 삼성전자 상무는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 사업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로 2년 빨리 발탁됐다. 세계 최초의 14나노 낸드 플래시 개발에 기여한 김후성 삼성전자 부장 역시 2년 빨리 상무를 달았다.
삼성은 이와 관련,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력에 대해서는 2년 이상 대(大)발탁 인사로 삼성형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실현했다”고 판단했다.

개발 분야에서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사장도 배출했다. 삼성SDI에서 최고의 전지개발 전문가로 통하는 김유미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불리는 김 신임 부사장은 1998년 5월 세계 최고용량의 1650mAh를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역이다. 2005년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할 당시에도 삼성SDI 창사 35년 만에 나온 첫 여성 임원으로 화제를 뿌렸다.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는 중국 시장에서 거둔 실적을 인정받아 전무 발탁 3년 만에 승진한 최철 DS(부품) 부문 중국총괄이 눈길을 끈다. 중국 명문 칭화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학한 최 신임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지역전문가 제도를 거친 ‘중국 1호’ 전문가이다.
해외법인에서 성과를 낸 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이 나오기는 했으나, 규모는 4명으로 2014년(12명), 2015년(9명)보다 줄었다. 삼성은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중용함으로써 글로벌화와 조직 내 다양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임원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삼성은 계열사별로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그룹에서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전략 1·2팀을 통합하는 등 조직이 축소된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계열사별로 발표할 보직인사에서는 미래전략실 고위임원이 일선 계열사에 전진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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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적극 알리기 위해 지난 10월21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주 4회,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이색 점등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한강변에 위치해 여러 방향에서 노출이 잘 되는 LG트윈타워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OLED’ 글자를 형상화한 점등광고를 통해 LG 올레드를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입장이다. 사진=LG전자 |
◆ LG, 인사쇄신…‘오너家’ 구본준 신사업 직접 챙긴다
삼성보다 약 닷새정도 먼저인 지난달 26일 LG는 사장 이상 승진자만 8명을 배출하는 등 대폭적인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과감하게 돌파해 성장과 시장선도를 이끈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는 게 그룹 측 분석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LG로 옮기는 등 계열사 간 사업본부장을 포함한 경영진 인사이동을 통해 혁신 바람을 불어넣었다. 구 부회장은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해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소재·부품과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 관련 사업의 고도화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이 ㈜LG로 이동한 것을 비롯해 LG전자 박종석 최고기술자문(CTA) 사장이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LG이노텍 이웅범 대표이사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LG는 CEO급(사업본부장 포함)의 계열사간 이동을 통한 최고경영진의 변화로 쇄신인사를 실시했다고 논평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LG전자는 사업을 책임지는 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돼 책임경영에 나서게 됐다. 기존 각자 대표이사인 정도현 사장과 함께 추후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과 MC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까지 3인이 대표이사에 오른다.

LG전자의 발탁인사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순국 생산기술원장이 전무에서 2단계 올라 사장으로 파격 승진, 신설된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는다. 홍 사장은 신성장 사업인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에서 장비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상봉 부사장은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과 기업간(B2B) 사업 강화 실적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해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을 맡았다. 부장급인 정원현 연구위원이 기술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전무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대표이사인 한상범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에서는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이 석유화학·소재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2배로 증가시킨 실적에 힘입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도 전기자동차용 및 전력저장 전지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이동했다.
LG 관계자는 “이번 2016년 임원인사에서는 능력과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시장 선도의 성과를 내고 중책을 맡은 경영자를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밝혔다.
여성 임원으로는 LG생활건강의 이정애 전무가 생활용품시장 일등의 지위를 확고히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 3년차에 부사장으로 승진, LG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다. LG전자의 안정 부장과 LG생활건강 문진희 부장도 각각 상무로 승진, 여성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LG그룹 내 여성임원은 전부 15명으로 늘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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