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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우수영화는 정말 '우수한 영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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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수영화’로 불리던 영화들이 있었다.  정부는 1958년부터 1984년까지 꽤 오랜 기간 우수영화를 발굴하고 시상하려 애썼다.

얼마 전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종상’이 ‘우수국산영화상’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대종상 시상 부문에 ‘우수반공영화상’이란 게 있었단 사실도.  

법령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으나, 우수영화는 1년에 5편에서 10편 안팎으로 선정됐는데, 문교부/문공부가 선정 기관이었다. 말하자면 이 우수영화들은 '정부가 선정한 우수 영화들'이었다. 이런 선정 제도의 명분은 ‘우수한 국산영화 제작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었다. 선정 기준과 편수 등은 매해 공표됐다.    

외국 수입영화에 비해 한국영화의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평가되던 당시, 우수영화 선정 제도는 당시 영화인들에게는 정부가 주는 일종의 당근이자 채찍이었다. 우수영화로 선정되면 포상으로 주는 ‘외화 수입 쿼터(외화 1편 수입 허가권)’는 당시 영화로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티켓인 셈이었다.

요즘과 달리 외국 영화를 수입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나마 연간 수입 편수가 20~50편 정도였던 시기였으니 우수영화 선정을 통해 추가로 받게 되는 쿼터는 큰 포상이었다. (대종상 작품상 수상, 해외 영화제 수상 등도 외화수입 쿼터로 포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수영화의 선정 기준이었다. 1969년 우수영화 선정 기준을 보면, ‘정부 시책을 계몽하는 영화’, ‘사회정화의 내용을 담은 영화’, ‘반공영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유신 정신’이 추가되기도 하고, ‘오락성’이 추가되기도 하는 등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우수영화의 선정 기준은 우리가 보통 다른 시상식에서 접하는 우수상, 최우수상의 선정 기준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영화의 제작과 수입이 일원화돼 있던, 즉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만이 외국영화를 수입할 수 있던 그 시절, 영화사는 등록제가 아니라 허가제였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통과해 영화사로 허가 받은 업체는 약 20여 개였는데, 그 허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연간 기준 편수 이상의 한국영화를 제작해야하는 것은 물론 우수영화도 몇 편씩 꼭 선정되어야만 했다.

영화사 허가 유지를 통해 영화제작과 수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수영화 선정 기준에 맞는, 혹은 선정되기에 유리한 영화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부상으로 따라오는 외화 수입 쿼터 추가 확보도 중요했고. 꽤 오랫동안 지속된 우수영화 선정 제도는 안타깝게도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지는 못한다.

지난 글 말미에 새로 시행되는 제도로 잠시 언급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은 여러모로 우수영화 제도를 연상시킨다. 

영진위가 위탁단체로 선정한 (사)한국영화배급협회가 지원 대상 영화 48편을 선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정된 48편 중 24편을 상영하는 요건을 채워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자격이 되는 영화관들 중 총 25개 상영관에는 각각 연 4000여만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한 해 200편이 넘게 개봉되는 한국영화 중 48편을 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은 결국은 주류 상업영화에 밀려 개봉관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들에게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다양성 영화관 입장에서도 영화 선정과 상영에 대한 자유를 침해받는 일이 될지 모른다. 이에 120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과거 우수영화처럼 의무적으로 제작해야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의 ‘예술영화’가 우리가 알던 예술영화의 의미와 다르게 해석될까 우려된다. 마치 우수영화가 반드시 ‘우수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외래교수

사진=1974년 우수영화로 선정됐던 '파계'(감독 김기영)와 '하얀 수염'(감독 박노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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