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 속도, 인터넷 이용인구 비율, 스마트폰 보급률 등 모든 면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통한다.
그런만큼 그에 따른 그늘도 짙다.
초등학교 2학년이 포르노를 제작하고 어린 소녀들이 성형수술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셀카 포르노를 찍어 유통시키는 등 우리나라는 전세계 아동포르노 생산 6위로 '주요 아동포르노 생산유통 국가'로 분류돼 있다.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스마트미디어 환경에 따른 아동음란물의 확산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2015 국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이 자리엔 국내 학계, 법조계, 포털사업자 등을 비롯해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IWF),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구글 등 해외 규제기관, 국제기구, 글로벌 사업자가 참석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된 제1세션에서는 ‘스마트미디어를 통한 아동음란물의 확산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한국을 비롯해 영국 IWF, 일본 총무성(MIC), 대만국가방송통신위원회(NCC) 등 각국 규제기관의 아동음란물 규제사례 등을 소개하고, 기술적 대응방안 및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제1섹션 발제에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은 2015년 4월 기준 4100만명이 스마트폰 가입자로 세계4위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갖고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은 고등학생은 78.1%, 중학생은 73%, 초등생도 28.3%에 이른다"고 알렸다.
김 교수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은 음란물의 유통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는 말로 연결됐다고 봤다.
2013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불법음란물을 접해봤다고 대답한 청소년 중 52.6%가 스마트폰 성인물을 보았다고 대답했다. 이는 성인용 간행물(34.1%)이나 케이블TV 성인 프로그램 (42.7%)을 앞서는 수치다.
김 교수는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접촉 빈도를 묻는 문항에서 최근 1년간 10회 이상으로 '매우 자주'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수가 2009년 8.7%에서 2013년 17%로 급증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서 정재하 방심위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며 아동 포르노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며 "예전에는 아동이 포르노의 대상이자 피해자였지만 점점 스스로를 대상으로 포르노를 찍는 생산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포르노를 제작한 경우도 있으며, 어린 소녀들이 성형수술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셀카 포르노를 찍어 유통시킨 일도 있다"고 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곽현자 방심위 연구위원은 아이유의 '제제'논란에 대해 "최근 아이유가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5살짜리 주인공 제제를 도발적이고 '섹시'하게 해석해 곡을 만들어 논란이 일었다"고 분석했다.
곽 연구위원은 "예술가들이 해석의 자유를 변명으로 말하지만 가장 손쉽게 해석하는 방식이 '성적인 대상화'하는 것"이라면서 일침을 가했다.
이어 "문화적으로 성적인 해석 말고도 다른 여러 방식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교육을 강조했다.
아동음란물 제작과 유통의 가장 중요한 해결 방식이 '교육'이라는 데 참석자들은 뜻을 모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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