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늦가을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지난 18일 전야개봉 이후 호평이 쏟아지면서 매출점유율 50% 이상의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말에만 1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토요일인 21일 하루에만 48만여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내부자들'의 흥행은 예견된 것이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연기파 배우들의 팽팽한 에너지가 모여 오랜만에 볼 만한 정치범죄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 영화는 '미생' '이끼' 등을 쓴 인기 웹툰작가 윤태호의 동명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2010년부터 한 언론사 사이트에 연재되다가 3년 만에 중단된 '미완결' 웹툰을 우민호 감독이 완결한 셈이다.
영화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여당의 유력 대권후보 장필우 의원(이경영), 그리고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김홍파)으로 대표되는 돈과 권력의 유착관계, 그리고 그 내부에서 기생하다 토사구팽 당하는 조폭 출신 안상구(이병헌)와 썩어빠진 세상에도 정의는 있다고 부르짖는 우장훈 검사(조승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 |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
우민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원작이 가진 에너지가 워낙 세고 특출했다"며 "그래서 (연재 중단) 이후의 캐릭터나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원작이 워낙 깊이가 있고, 스토리도 방대하기 때문에 2시간 내외 영화로 옮기기 위해선 일정부분 가지치기나 단순화 작업이 필요했다.
윤태호 작가는 현장에서 응원자나 조력자일 뿐 스토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감독에게 "영화는 영화일 뿐, 알아서 하시라"고 했고, 감독은 자유로운 창작 여건 안에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도 변화가 있었다. 우선,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는 원작에 비해 외모부터가 날렵해지고 멋있어진 게 사실. 영화 속 이병헌의 모습만 기억한 채 웹툰책을 펼친다면 거대한 산짐승 같은 안상구의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 안상구의 캐릭터 변화는 불가피했다. 또한 오락성을 위해 곳곳에 코믹한 요소도 배치됐다. 이병헌과 조승우의 애드리브도 한몫 톡톡히 했다.
영화 속 안상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한 전력이 있는 만큼 화려한 패션과 스타일을 자랑한다. 그러다 믿고 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한 후의 스타일은 더욱 변화무쌍하다. 일명 '올백' 단발머리에 허름한 야구점퍼를 입은 그에게서 현재의 상황이 읽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이글거린다. 우 감독은 이병헌에게 처음 이 스타일을 제안했고, 처음에는 "괜찮을까?"라는 우려스러운 반응이 돌아왔지만 곧 100% '이병헌스러운' 스타일로 답해줬다고 전했다.

조승우가 분한 우장훈 검사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원작 웹툰에 등장하는 '르뽀 전문 사진기자'를 모티브로 우 감독이 창조해낸 인물이다. 출연섭외를 3번이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조승우는 그가 없는 영화는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감독이 아닌, 개인으로서 이병헌-조승우의 조합을 보고 싶었다"는 우 감독은 "우장훈은 제가 만든 캐릭터이기에 더 애정이 간다. 그래서 '우'씨이기도 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언론인 이강희 역의 백윤식은 '관록'이란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어마무시한 내공을 보여줬다. 이강희는 겉으로는 평안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정중동의 캐릭터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촌철살인의 대사를 내뱉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 감독의 말대로 "고요하다 못해 괴기스러운 캐릭터"가 바로 이강희다.
'내부자들' 러닝타임은 지금의 130분이 아닌 3시간40분짜리 긴 영화가 될 뻔했다. 애초 편집본은 지금의 사건 중심이 아닌, 캐릭터 중심으로 안상구, 우장훈, 이강희 등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배우들 역시 인터뷰에서 캐릭터 편집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디렉터스컷' 재개봉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쇼박스, 한윤종 기자 hyj0709@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