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가족애를 그리며 감동을 주고 있다. 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가 궁금증을 자극하며 흥미를 유발한다면 1980년대 따뜻한 가족애는 아련한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일 방송분에서는 엄마 라미란 없는 이틀을 보내는 세 남자의 일상, 갑작스럽런 선우(고경표 분)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방문, 딸 성보라(류혜영 분)의 데모 가담에 속끓이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1980년대 데모 현장, 성동일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딸 보라의 데모에는 분노한다. 성동일은 보라가 가락동 민정당사 장기농성에 선 모습을 뉴스로 접하고 "빨간 줄이 생긴다. 너 하나만 믿고 산 너희 엄마는 어떡하느냐"며 집에 가두고 휴가까지 내 보라의 방을 지킨다.
하지만 잠시 집을 나간 보라는 경창들에게 목격되고, 엄마 이일화는 딸을 잡아가지 못하도록 절규한다. 결코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보라지만 발에 핏물이든 채 울부짖는 엄마의 모습에 잘못했다며 경찰서로 따라나선다. 동일은 훈방조치를 앞두고 혼을 내라는 성균의 말에 잘못한 게 없다며 딸을 감싼다.
라미란은 자신의 어머니가 다쳤다는 말에 고향을 잠시 다녀오게 된다. 그 사이 성균, 정환, 정봉 세부자는 제멋대로 집을 어지럽히며 일탈을 누린다. 이들은 미란이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말에 집을 말끔히 치워내지만 돌아온 미란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엄마 없이도 식구들이 잘 지내는 모습이 내심 서운할 거라는 미란의 마음을 헤아린 정환은 일부러 정봉의 손을 데게 하거나 연탄을 엎어놓으며 엄마의 기분을 맞춘다.
선영(김선영 분)은 아들 선우가 이종원의 CF를 따라하자 발을 다친 사이 시어머니가 방문하자 험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죽은 남편 연금으로 사는 그에게 모진 말은 비수처럼 꽂힌다. 이후 선영은 친정엄마가 방문하고, 빈곤해보이지 않기위해 정환-정봉의 집에서 쌀포대와 스팸, 화장품을 빌려온다.
그러나 선영의 어머니는 몰래 돈봉투와 편지를 두고가고, 나중에 통화하며 오열하고 말았다.
요즘 같은 가족 해체 위기 시대, 1980년대 가족애가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상적인 가족애가 가슴에 스미는 감동으로 와닿는 것은 '응팔'의 가족애가 요즘같은 치열한 경쟁사회에 너무 바빠 잊고지낸 가족애를 들추며 잔잔한 감동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시대를 달리해도 가족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1980년대 복고와 어우러진 가족애는 그리움의 정서를 건드리며 더 아련하고 애잔하게 다가오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을 담아내며 아날로그식 사랑과 우정, 평범한 소시민들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50분 방송.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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