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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좋은 가수로 기억 되기보다 싱어송라이터로 오래 남고 싶어요"

입력 : 2015-11-11 20:25:09 수정 : 2015-11-12 03: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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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정규앨범 낸 루시아 “그냥 목소리만 좋은 가수, 노래만 하는 가수로 보여지는 게 괴로웠어요. 나도 내 노래를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 달려오게 된 거죠.”

싱어송라이터 루시아(심규선)가 세 번째 정규앨범을 냈다. 디지털싱글을 제외하고 정규앨범과 맞먹는 대형 앨범까지 합치면 다섯 번째다. 

세 번째 정규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루시아(심규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5년 동안 쉼없이 달려왔다는 그는 “실력을 키워 언젠가는 이문세, 이소라 선배님께 곡을 바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에피톤프로젝트와의 작업으로 데뷔했으니 행운이었죠. 선인장이라는 노래는 에피톤프로젝트의 대표곡이 됐을 정도로 히트했고, 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하지만 나도 엄연한 작곡가이고 노래하는 것 이상의 작가적 세계가 있는데, 그걸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속상했어요. 작곡가 루시아의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죠.”

처음 낸 자신의 앨범은 에피톤프로젝트의 후광을 업고 갔다.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인 ‘데칼코마니’ 때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앨범 발표 1년이 지나서 서서히 나타났다. 이번 앨범은 달랐다.

“이전 앨범들과 다르게 몇배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받았어요. ‘열심히 하니 되는구나, 이제는 음악가로서 입지가 좀 단단해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 앨범 ‘Light & Shade chapter.2’의 타이틀곡 ‘너의 존재 위에’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 마/ 어떤 내일도 오늘을 대신할 순 없어/ 그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에…”라는 가사의 잔잔하지만 힘 있는 발라드다. 성스럽고 경건한 느낌도 든다.

“제가 세례명으로 활동하다 보니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색을 담으려 한 건 전혀 아니예요.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듣고 위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원래 저는 곡을 빨리 쓰는 편인데 이 곡은 5년이 걸렸어요. 음반마다 시도했지만 끝내지 못했는데 이번 음반을 내기 전 별안간 완성이 됐어요. 이 주제와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이해를 이제야 얻었나 봐요.”

타이틀곡 못지않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곡은 ‘달과 6펜스’.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해 입혔다.

“제가 고전문학을 좋아해요. 지난 앨범 챕터1의 타이틀곡은 ‘데미안’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디지털 싱글로 ‘오필리어’를 발표했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곡인데 대중이 또 좋게 받아주시더라고요. 이제는 고전문학 곡 시리즈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세요.”

루시아는 데미안, 오필리어, 달과 6펜스 외에도 문학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곡을 하나하나 공개할 예정이다. 그의 문학노래 시리즈는 서양 고전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EP앨범에 수록했던 ‘꽃 그늘’이라는 곡은 고은 시인의 동명의 시를 소재로 했는데, 제가 너무 존경하는 고은 시인께 헌사하는 마음으로 쓴 거예요. ‘5월의 당신은’이라는 곡도 있어요. 5월에 태어나고 타계하신 피천득 시인이 ‘5월의 소년’이라고 불리는데 당신으로 바꿔 곡을 썼죠.”

인터뷰 도중에도 많은 문인들의 말을 인용한 루시아는 문학소녀였다. 할아버지 서재에서 동화책 대신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자랐고 시를 사랑했다.

“운율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를 많이 썼어요. 노래는 어릴 때부터 기회가 있으면 나서서 불렀을 정도로 좋아했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노래를 써서 내 목소리로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17세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죠.”

스무살에 대학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탔지만 바로 가수가 되는 길이 열리지는 않았다. 친구와 만든 UCC가 화제가 되면서 대형기획사에서 잠시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운이 좋게 뮤지컬 배우도 해봤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건 역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이었다. 26세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가수가 된 뒤 쉼없이 창작을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디어가 고갈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일기로 쓰듯, 루시아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경험을 노래로 만드는 게 습관이다.

루시아는 최근 XIA준수의 정규앨범 타이틀곡 ‘꼭 어제’의 작곡자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자신의 곡을 다른 가수에게 준 건 처음이다.

“의뢰가 들어와서 두 시간 만에 곡을 만들어 보냈는데 타이틀곡이 됐다고 해서 놀랐죠. 작업을 하면서 정말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내가 쓴 곡을 다른 가수가 부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는데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곡과 부르는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 이런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재즈음반을 내고, 책을 쓰고, 가사집도 낼 계획이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다면 태교음반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XIA준수와의 작업을 통해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우연히 이문세 선배님을 만났어요.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고 선배님께 곡을 드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짧은 순간이어서 제 이름을 기억이나 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쓴 곡을 이문세, 이소라 선배님처럼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목소리로 들어보고 싶어요. 아, 상상만 해도 너무 떨리고 행복하네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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