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아(심규선)가 세 번째 정규앨범을 냈다. 디지털싱글을 제외하고 정규앨범과 맞먹는 대형 앨범까지 합치면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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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정규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루시아(심규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5년 동안 쉼없이 달려왔다는 그는 “실력을 키워 언젠가는 이문세, 이소라 선배님께 곡을 바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
처음 낸 자신의 앨범은 에피톤프로젝트의 후광을 업고 갔다.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인 ‘데칼코마니’ 때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앨범 발표 1년이 지나서 서서히 나타났다. 이번 앨범은 달랐다.
“이전 앨범들과 다르게 몇배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받았어요. ‘열심히 하니 되는구나, 이제는 음악가로서 입지가 좀 단단해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세례명으로 활동하다 보니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색을 담으려 한 건 전혀 아니예요.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듣고 위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원래 저는 곡을 빨리 쓰는 편인데 이 곡은 5년이 걸렸어요. 음반마다 시도했지만 끝내지 못했는데 이번 음반을 내기 전 별안간 완성이 됐어요. 이 주제와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이해를 이제야 얻었나 봐요.”
타이틀곡 못지않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곡은 ‘달과 6펜스’.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해 입혔다.

루시아는 데미안, 오필리어, 달과 6펜스 외에도 문학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곡을 하나하나 공개할 예정이다. 그의 문학노래 시리즈는 서양 고전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EP앨범에 수록했던 ‘꽃 그늘’이라는 곡은 고은 시인의 동명의 시를 소재로 했는데, 제가 너무 존경하는 고은 시인께 헌사하는 마음으로 쓴 거예요. ‘5월의 당신은’이라는 곡도 있어요. 5월에 태어나고 타계하신 피천득 시인이 ‘5월의 소년’이라고 불리는데 당신으로 바꿔 곡을 썼죠.”
인터뷰 도중에도 많은 문인들의 말을 인용한 루시아는 문학소녀였다. 할아버지 서재에서 동화책 대신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자랐고 시를 사랑했다.

스무살에 대학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탔지만 바로 가수가 되는 길이 열리지는 않았다. 친구와 만든 UCC가 화제가 되면서 대형기획사에서 잠시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운이 좋게 뮤지컬 배우도 해봤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건 역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이었다. 26세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가수가 된 뒤 쉼없이 창작을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디어가 고갈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일기로 쓰듯, 루시아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경험을 노래로 만드는 게 습관이다.
루시아는 최근 XIA준수의 정규앨범 타이틀곡 ‘꼭 어제’의 작곡자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자신의 곡을 다른 가수에게 준 건 처음이다.

그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재즈음반을 내고, 책을 쓰고, 가사집도 낼 계획이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다면 태교음반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XIA준수와의 작업을 통해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우연히 이문세 선배님을 만났어요.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고 선배님께 곡을 드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짧은 순간이어서 제 이름을 기억이나 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쓴 곡을 이문세, 이소라 선배님처럼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목소리로 들어보고 싶어요. 아, 상상만 해도 너무 떨리고 행복하네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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