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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중시' 독일에서 무단횡단 허용 놓고 논쟁

입력 : 2015-10-28 13:38:30 수정 : 2015-10-28 13: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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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건널목 무단 횡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좌파당은 신호를 위반한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다음 달 제출할 예정이다.

야당인 좌파당의 사비네 라이디그 의원은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은 누구나 자신이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벌금 폐지를 주장했다.

무단횡단 합법화를 추진했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오스트리아 빈 공대 교통전문가 울리히 레스 교수는 "적색 신호때 건널목을 건너더라도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위험에 빠트리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모두 이러한 조치를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에서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울리케 괴데케(49)는 "번잡한 건널목에서는 교통신호를 지키는게 맞지만 그렇지 않은곳에서는 나는 신호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2년전 자전거를 타고 무단횡단하다가 벌금과 운전면허 벌점을 통보받은 건축설계사 길베르트 빌크(49)는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보냈더니 예외적으로 '봐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면서 "아마도 그 판사는 자전거 이용자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경찰과 보수진영 의원들은 도로교통법을 완화하는 것은 인명피해를 초래할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어 무단 횡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이달 미국 방문시 뉴욕 센트럴파크 곳곳에 설치된 신호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곳에서 독일 여행객을 알아보기는 쉽다. 그들은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라 해도 절대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며 빨간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독일인의 문화적 특성의 하나임을 자랑했다.

독일인이 신호위반을 거의 하지 않는데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신호 위반시 보행자는 약 6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며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150 달러(약 17만원)의 벌금과 운전면허 벌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작년 8월 1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베를린 시민 가운데 신호 위반 보행자에게 부과된 전체 벌금액수는 7천861 유로(약 983만원)이지만 자전거 이용자에게 부과된 벌금 액수는 무려 230만 유로(약 28억7천600만원)에 달한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엄격히 지키는 것이 반드시 안전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숨진 사람은 396명으로 전년보다 11.9%가 증가했고 부상자도 7만7천900여명으로 6천명이 늘어났다.

정부 당국은 자전거 사고가 늘어난 이유의 일부는 지난해 가을과 겨울 날씨가 따뜻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일부 교통규칙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2년 파리의 자전거 이용자에게 선택적으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는 재량권을 부여했고 스위스 바젤시도 유사하다.

자전거 천국인 네덜란드는 1990년 빨간 신호등에서 자전거 이용자가 우회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다수가 교통 규칙에 융통성을 적용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집권 보수 세력은 좌파당 라이디그 의원의 신호위반 벌금제 폐지 추진에 제동을 걸 태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의 교통정책 담당 울리히 랑게 의원은 "자전거 이용자가 특권층이 아니며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교통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독일 정부 통계에 의하면 인구 8천100만명의 독일에서 자전거 보유대수는 7천200만대에 달하며 5명중 1명은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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