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치병 환자 아버지를 위해 일가족이 여행을 떠난 가운데 교육 당국이 이들에게 벌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미러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글랜드 코벤트리 시티에 사는 닐 오스틴(38)은 지난해 집배원 일을 그만뒀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심해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닐은 호흡기 질환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에게는 아내 트레이시(34)가 있으며, 딸 스키에(8)와 아들 레체(5)가 있다. 불현듯 닐은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닐 부부는 지난 8월말, 두 자녀를 데리고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전까지 해외에 나간 적 없던 가족은 닐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지막 추억이라도 남기고자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닐에게 난데없는 벌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코벤트리 시티 교육 당국이 보낸 것이었다. 가족여행 때문에 스키에와 레체가 결석했다는 게 이유였다.
닐은 황당했다. 그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점을 언급하며 학교 측에 가족여행 요청서를 몇 번이나 보냈다”며 “교장 선생님께서도 분명 받아보셨다”고 말했다.
닐의 가족은 9월3일 귀국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열흘이나 늦은 9월13일에 돌아왔다. 그동안 스키에와 레체는 7일이나 무단결석한 꼴이 됐다. 이들이 어째서 늦게 돌아왔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닐은 오랜 기간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두 아이의 결석을 이해할 거라 믿었다. 그는 학교의 승인을 받기 전, 이미 가족여행 관련 티켓을 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닐은 학교 측을 너무 너그럽게 본 셈이 됐다.
닐은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벌어질 일들을 허락할 거라 생각했다”며 “우리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아이들이 시험 기간이었다면 가족여행은 계획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벤트리 시티 교육 당국이 닐의 가족에게 물린 벌금은 240파운드(약 42만원)다. 이에 닐은 당국에 벌금을 나눠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벤트리 시티 의회 교육분야 담당 컬스턴 닐슨 의원은 “승인되지 않은 결석에 따른 학교 측 요청으로 벌금을 부과했다”며 “학생들이 학업일수를 채우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방침은 교육 당국의 기준을 따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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