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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화가 필요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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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2 20:59:34 수정 : 2015-10-22 21: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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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영유아 유사자폐라고도 하는데 멀쩡한 아이가 오랜 시간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자라다 보니 타인과의 대화가 부족해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전자기기는 일방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만 하고 그것을 보는 아이에게는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발음이 서툰 건지 올바른 건지 피드백을 전혀 받을 수 없기에 결국 말을 늦게 배우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우리사회 곳곳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소통이 양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다 보니 이제 말하는 방법까지 잊은 것이다. 불통사회는 대화 부족 사회의 또 다른 말이다.

사전적 의미의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 자체’이다. 우리는 흔히 혼잣말을 대화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제스처는 중요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임에도 그 자체로는 엄밀한 의미의 대화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대화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부모, 자녀, 친구, 직장동료와 말을 하고 사는 것일까. 너무도 당연한 현상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다양한 답안은 있을 수 있다. 이런 답은 어떨까.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대화란 자신의 생존과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확인한다. 만약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구할 수만 있다면 굳이 타자와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개별적 존재인 인간은 대화를 통해 비로소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다.

최성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이전추진센터장
2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러한 이유로 여러 이해 당사자와 대화를 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라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라는 상품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대화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원전은 사업 특성상 지자체, 지역주민과 많은 갈등을 경험했다. 대화 자체도 부족했지만, 대화의 기술도 서툴렀다. 그러나 이제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벗고, 지역민과 하나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이러한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화에는 몇 가지 속성이 있다. 하면 할수록 대화기술이 는다는 점과 대화를 해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주제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대화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도구이다. 뿐만 아니다. 대화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고 갈등의 양상도 바뀐다. ‘금속은 소리로 그 재질을 알 수 있지만 사람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라는 말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본사를 경주시로 이전하는 한수원과 경주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이다. 시작은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시행착오는 오히려 신뢰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화의 처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진정한 대화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것이 결국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최성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이전추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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