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임기 무관하게 내쳐져
검찰 독립성 확보·제도 보완 시급

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명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는 총장 재직기간이 들쭉날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신직수 전 총장은 무려 8년 가까이 재직한 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움을 산 허형구 전 총장은 취임 9개월 만에 경질됐다. 임기제에는 2년 임기를 보장받은 총장이 책임지고 소신껏 수사를 지휘하게 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역대 임기제 총장 18명의 3분의 2인 12명이 중도에 하차한 점에서 보듯 총장 임기제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김영삼정부와 김대중정부는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을 높이고자 현직 총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시키는 ‘편법’을 썼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총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내쳐지곤 했다.
부산·경남(PK) 출신 세력이 정권 핵심을 차지한 김영삼정부에서 대구·경북(TK) 출신 검사를 대표하던 박종철 당시 총장이 6개월 만에 자진사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혼외자 파문이 불거진 채동욱 전 총장이나 가족 등이 비리에 연루된 신승남 전 총장처럼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경우도 있다. 애초에 흠결이 없는 검사를 총장에 앉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총장 임기제 정착을 위해선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하려는 정권의 의지는 물론 부적격자를 미리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보완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