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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오보?", 말실수로 이룬 독일 통일

입력 : 2015-10-09 10:07:24 수정 : 2015-10-09 1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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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에 모여든 수천 명의 독일 시민들.
최근 커뮤니티 등에서 독일 통일이 ‘기자의 오보’라는 글이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글은 ▲술이 덜 깬 동독의 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여행을 자유화한다"고 말했고 독일어가 서툰 이탈리아 기자는 '통일이 됐다'라는 오보를 낸다. ▲이에 특종을 놓칠 수 없었던 해외 언론과 서독 방송사들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서둘러 이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방송을 시청하던 동·서독 시민들은 통일인 줄 알고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어 장벽을 부수기 시작한다. ▲경계병들은 끝없이 밀려드는 인파를 막을 수 없어 국경을 개방했고 양측 정부는 이날 협상을 마무리해 통일 됐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다.

정말 기자의 오보로 통일됐을까. 답은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와전됐다. 진실은 아래와 같다.

지난 1989년 11월 9일 저녁 7시. 동독 정치국원 귄터 샤보프스키가 '외국여행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다.

당시 그는 정책심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내용도 잘 모른 채 "서독을 포함한 외국 여행을 자유화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탈리아 기자가 "그럼 언제부터 시행하냐"는 질문을 했고 샤보프스키는 "지금당장" 이라는 말실수를 한다.

그의 말실수는 TV에 중계됐고 방송을 본 시민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오해해 장벽으로 모여들어 국경 개방을 요구했다.

경계병은 총을 겨누고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를린 장벽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모였고, 11시 30분쯤 경계병들도 '외국 여행이 자유화됐다'는 방송을 보고 국경을 개방하게 된다.

당시 수많은 동서독 시민들은 장벽을 망치로 부수며 기뻐했고 이는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장벽 붕괴 후 동독과 서독 정부는 빠르게 협상을 진행해 1990년 10월 3일 협상을 마무리한다.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장벽을 부수며 기뻐했다.
양국 대표가 경제·사회통합에 관한 국가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귄터 샤보프스키.
한 사람의 말실수가 독일을 통일로 이끈 셈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포털검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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