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군의 최장신 병사 몸수색을 담당했던 키 작은 영국군 병사가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을 받게 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92세인 밥 로버츠는 최근 2차대전 당시 프랑스를 나치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수훈자로 선정됐다.

그래도 여러 전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장 228.6㎝의 독일군 최장신 병사 야콥 나켄을 붙잡았을 때다. 당시 상병이었던 로버츠의 신장은 160㎝에 불과했다. 연합군 소속 병사들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에 속했다. 자그마한 그가 집채만한 독일군 포로를 앞에 두고 무심하게 몸수색을 하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쏟아졌다.

로버츠의 이번 레지옹 도뇌르 수훈은 그의 손녀 덕분이다. 그녀는 프랑스 국방부에 편지를 보내 “우리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숱하게 들었는데 정작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로버츠는 훗날 “갑자기 주영 프랑스대사관 쪽에서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참전 직후엔 내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 감사하고 미안했는데, 막상 이같은 훈장을 받게 되니 지난날의 경험이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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