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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신 독일군에 맞선 최단신 영국군 프랑스 무공훈장 받아

입력 : 2015-10-01 14:08:31 수정 : 2015-10-01 1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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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을 사로잡은 다윗.’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군의 최장신 병사 몸수색을 담당했던 키 작은 영국군 병사가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을 받게 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92세인 밥 로버츠는 최근 2차대전 당시 프랑스를 나치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수훈자로 선정됐다.

캐나다 출신의 로버츠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군에 입대해 유럽 전선에 투입됐다. 연합군 일원 행정병으로 벨기에, 네덜란드에 참전했다가 1945년 2월 포탄 파편에 다리를 다쳐 영국으로 돌아왔다.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성당에서 적군 저격수가 쏜 총에 바로 옆에서 싸우던 전우가 숨졌는가 하면 살기가 가득한 적 여성 스파이가 자신을 죽이려다 사살 당하는 순간도 겪었다.

그래도 여러 전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장 228.6㎝의 독일군 최장신 병사 야콥 나켄을 붙잡았을 때다. 당시 상병이었던 로버츠의 신장은 160㎝에 불과했다. 연합군 소속 병사들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에 속했다. 자그마한 그가 집채만한 독일군 포로를 앞에 두고 무심하게 몸수색을 하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쏟아졌다.

로버츠는 텔레그래프에 “당시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저 포로로 붙잡힌 수백명의 독일군에 대한 신체검사를 빨리 마쳐야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성서에서나 나올 법한 골리앗 같은 적군을 앞에 두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온 몸을 훑어 내려가는 그의 모습은 다윗과 다름없었다. 나치독일의 패전과 연합군의 승리를 웅변하는 상징적 사진이었다.

로버츠의 이번 레지옹 도뇌르 수훈은 그의 손녀 덕분이다. 그녀는 프랑스 국방부에 편지를 보내 “우리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숱하게 들었는데 정작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로버츠는 훗날 “갑자기 주영 프랑스대사관 쪽에서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참전 직후엔 내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 감사하고 미안했는데, 막상 이같은 훈장을 받게 되니 지난날의 경험이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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