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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오톱 등급조정 4년새 500건 넘어…자연생태 보호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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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됐던 ‘궁동산개나리언덕’이 최근 고급빌라를 짓기 위한 개발행위(형질변경)로 인해 벌건 흙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 공사장 밖 공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재문 기자
“서울시내 비오톱1등급 토지 찾습니다. 현금 40억원 준비됩니다.”

서울시가 자연생태계를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한 비오톱(생태환경지구) 등급이 부동산 업자들의 투자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비오톱 토지만 전문적으로 매매하겠다는 개발업자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서울의 얼마 남지 않은 숲과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서울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2012∼2015 서울시 비오톱 등급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비오톱 등급조정 신청 561건 가운데 79%에 달하는 445건의 등급이 변경됐다. 등급 조정이 반려된 토지는 116건에 불과했다. 비오톱은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동·식물서식지로 1등급의 경우 개발이 불가능하며 2∼5등급도 개발에 제약이 많아 건설업계에서는 그린벨트보다 개발이 더 어려운 곳으로 통한다.

지역별 비오톱 등급조정 신청건수와 승인율을 살펴보면 서대문구가 83건으로 단일 구청 신청건수로는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78건의 등급을 낮춰져 승인율은 94%를 기록했다.반면 종로구의 경우 65건의 신청 가운데 24건만 변경해 승인율 37%, 서초구는 51건의 신청 가운데 37건을 변경해 승인율 73%, 성북구는 49건의 신청 가운데 48건을 변경해 승인율 98%, 강서구는 38건의 신청 가운데 33건의 비오톱 등급을 변경해 승인율 87%를 각각 기록했다. 중구, 용산구, 중랑구, 동대문구, 양천구,마포구의 경우 4년간 등급조정 신청은 1∼29건으로 적었지만 신청한 비오톱은 모두 등급이 낮춰지기도 했다. 비오톱 등급 조정은 토지주가 시를 상대로 해당 토지의 동식물 생태환경이 나빠졌으니 등급을 낮춰달라는 취지로 신청할 수 있으며 심사는 원래 5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원칙상으로는 비오톱1등급은 절대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해당 부지에 장기적으로 나무를 죽이는 수법으로 입목본수도(토지 내 나무의 비율)를 낮추면 등급 조정이 가능하다”며 “5년에 한 번씩 하는 심사도 소송을 통해 시기를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개발업자들은 비오톱 등급을 낮춘 뒤 개발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규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높은 가격에 땅만 팔고 사라지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비오톱1등급 토지는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낮은 가격에 경매로 낙찰받은 뒤 이를 수십 배 높은 가격에 분양해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획부동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오톱 등급 하향조정이 많은 이유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비오톱 등급이 조정된 필지가 많은 이유는 올해 6월 도시생태현황도 재정비를 하기 전에 건축물이 있는 토지인데 비오톱1등급으로 지정된 필지가 많아서 비오톱선과 지적도선을 일치시켜 토지 경계를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서대문구 연희동 궁동산의 경우처럼 비오톱 등급이 쉽게 풀리면 개발업자들이 고의로 산림을 훼손한 뒤 등급조정을 신청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정확한 조사를 거쳐 비오톱으로 지정한 곳은 생태계가 훼손되면 등급을 낮춰줄 것이 아니라 환경회복 명령을 내리는 방향으로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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