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은 우리가 흔히 데이터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통계자료, 그래프, 실험 결과인 경우가 많은데 출제위원들은 대개 이런 자료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남이 하는 얘기를 받아 적거나 언어적인 이해력만 갖춘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도표의 형태나 양식, 데이터의 종류, 데이터가 다루는 분야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 도표를 분석하는 과정에는 단 하나의 유일한 패턴, 정의, 방법론만 있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도표해석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너무 조급하게 몇몇 숫자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논술 답안을 풀 때에는 도표에 나와 있는 모든 숫자를 일일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답안 속에 “(라) 도표에 나와 있는 한국의 성장률은 6.4%인데 이에 비해 일본은 XX%이고 미국은 XX%이다…”와 같은 문장을 나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엽적인 시각보다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분석 자체를 굉장히 치밀해야 하나 표현 측면에서는 ‘도표가 어떻게 나와 있나?’ 하는 부분보다 ‘이 도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좀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학생 대부분이 범하는 흔한 실수들, 잘못된 접근법 들을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며 유의할 사항들을 꼭 기억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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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를 분석할 때는 숲(전체적인 흐름)을 본 뒤 나무(세부사항)를 봐야 한다. 먼저 나무를 보면 경향성을 보지 못하게 되고, 세부사항에만 매몰돼 세부사항에만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한 고교의 하계논술캠프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표를 처음 보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한 대부분의 학생이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경향성이나 수치 변화가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경향성이나 수치 변화는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자세히 서술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경향과 수치에서 도출되는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서술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의미’와 자신만의 표현’이다. 의미 역시 제시문에 나타난 표현이나 문제에 나타난 표현이 아니라 자신만의 표현으로 바꾸어 간결하게 서술해야 좋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간결하게 서술하되 표를 분석할 때는 꼼꼼히 세세하게 해 다른 학생들이 쉽게 캐치할 수 없는 부분들을 발견하고자 하자. 또 단순히 표에 나타난 팩트(fact)만 서술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이러한 서술은 지양해야 한다. 팩트를 제시했으면 반드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숲을 본 후 나무를 보자
표를 분석할 때는 숲을 본 뒤 나무를 봐야 한다. 종합적으로 먼저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고 유사한 항목끼리 묶은 뒤 세부적으로 자세한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나무를 보면 경향성을 보지 못하게 되고 세부사항에 매몰되어 세부사항에만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서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세부사항에 집착하면 제시문과의 연관관계를 파악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제시문의 주장은 보통 경향성, 큰 흐름과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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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스카이에듀×논단기 대표강사 |
결국 경향성을 통해 표의 핵심을 파악하면 이것이 곧 제시문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표만 분석하라는 문제보다 표에 근거해 제시문을 평가하거나 제시문의 입장에 근거해 표를 분석하라는 문제가 자주 출제되고 있다. 제시문을 먼저 보고 그 주제를 파악하면 표의 핵심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술할 때도 양자의 세부사항이 아니라 양자의 핵심사항을 연관시켜 서술해야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절대량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분석하기
예컨대 표에 2010년도 국내총생산(GDP)이 1000이라는 사실이 기재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논술문에 ‘2010년도 GDP는 1000이다.’라고 서술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2010년의 GDP를 그 옆에 나타난 2009년도, 2011년도 혹은 2020년도 GDP와 비교하고,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사회적 변인이나 세계적 추세와 비교하여 분석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절대량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른 수치들과 비교하고, 의미를 도출, 그 의미를 도출해낸 근거를 밝혀 주어야 ‘분석’이 된다는 것이다.
◆표의 제목은 하나의 가설
표의 제목은 하나의 가설이다. 즉, p이면 q이다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 표 제목을 토대로 전체적 추이를 우선적으로 파악하면 표를 분석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자의적 해석이나 왜곡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표를 보기 전에는 머리를 비우고 어떠한 가정과 전제도 배제하고 순수하게 표 제목, 항목, 수치 등에만 주목하자. 또 통계자료를 사회적 변화와 연관지으려면 1950년대에는 전쟁이 60∼70년대에는 근대화가 80년대에는 경제성장과 민주화 운동이 90년대는 세계화와 민주화, 다원주의화, 특히 98년도에는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김윤환 스카이에듀×논단기 대표강사

우선 대학은 학문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그런데 보통 이 연구 대상이 되는 것들은 미시적으로는 실증적 자료가 대부분이다. 실증이라는 건 실제 현실에서 추출해 내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가령 역사학에서도 ‘19세기 구한말의 토지 소유 현황’이라는 자료를 구했다 한다면, 이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당시 상황을 전 세계적 제국주의의 확장의 일부분으로 볼 것인지, 혹은 자생적 근대화의 노력으로 볼 것인지 등 여러 학설과 주장의 뒷받침이 될 수 있다.
보통 이러한 해석은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는 빈번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다. 대학 공부의 기본적인 방법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학에선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이를 원하고, 그러한 능력을 보통 ‘자료해석’이라는 말로 지칭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자료해석’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점차 조금씩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세대 문항의 경우 양면성을 갖춘 자료를 제시문으로 출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반적인 하나의 경향성이 존재하는 동시에 다양한 논점을 펼칠 수 있도록 ‘해석에 따라 다른 논거가 될 수도 있는’ 제시문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료해석 논제에 접근할 때에는 ‘쉽게 넘기지 말자’는 각오가 필요하다.
일종의 ‘눈치’가 꽤 많이 요구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마인드 컨트롤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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