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상대방 고승덕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에 대해 “공직 적격을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으며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아니어서 비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거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표현을 썼다. 비난 가능성이 낮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은 경미한 위법행위 때문에 공직까지 박탈하는 건 지나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항소심 선고공판 참석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이제원기자 |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고 후보에게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더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린 부분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교육감직 수행에 있어 더욱 섬세하고 신중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조 교육감이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우선’ 과제로 밝힌 고교체제 개선이 주요하게 떠오른다.
조 교육감은 현행 고교체제가 일반고-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등으로 서열화된 체제라고 규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방안의 하나로 자사고 평가와 일반고로의 전환 유도가 추진됐다. 자사고는 관련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평가하기 때문에 조 교육감 임기 내 더 이상의 평가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각각 2년 유예 처분을 받은 숭문고와 신일고,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에 대한 재평가가 남아있다. 아직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행사할 학교들이 남아있는 셈이다. 전·후기로 나뉘어진 고교 전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고교 입시체제에 대한 정책연구도 진행 중이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뒤 밝은 얼굴로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서울시의회 등이 비리사학 개혁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조 교육감 역시 비리사학 정상화와 사학 공공성 확보를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감사 강화 방침을 정했다. 교사들을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의 주체로 참여시킨다는 목적으로 최근 발표한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현장에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현장을 모르는 교수들이 교육감으로 온 뒤 단기간 무분별하게 자기 이론을 실질적인 행정에 접목하려 하면서 교육 현장은 실험무대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예진·정선형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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