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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여행’ 1749명… 찬반논란 가열

입력 : 2015-08-17 20:01:04 수정 : 2015-08-18 0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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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전문병원 디그니타스 사례
디그니타스 병원 외관
2주일에 1명.

‘죽을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 고국을 떠나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영국인 숫자다. 이 병원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73명의 영국인이 디그니타스에서 안락사했다.

폐암 판정을 받은 영국인 남성 밥 콜(68)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이 병원에서 숨진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락사 찬반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지난 3일에도 간호사 출신의 70대 영국 여성이 “늙는 것이 끔찍하다”며 디그니타스에서 삶을 마치긴 했지만, 콜은 영국인 중 처음으로 이 병원에 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일간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콜은 석면으로 인한 폐암인 중피종(中皮腫)을 앓아 오다 지난달 의사로부터 “남은 시간이 3개월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떠한 존엄성도 없이 지독한 고통 속에 죽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죽는 시기와 방식을 내가 통제하고 싶은데 영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가 안락사를 택한 이유다.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던 그의 부인이 18개월 전 같은 병원에서 안락사한 경험이 있는 것도 그의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그는 ITV뉴스 인터뷰에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작별인사를 했다. 분위기가 매우 따뜻하고 기품이 있었다”며 “그게 바로 아내가 바라던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 4곳 중 유일하게 외국인을 받아준다.

이곳에서는 의사가 처방해 준 수면제와 극약을 먹고 잠을 자다 죽을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해 사망케 하거나(적극적 안락사)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행위(존엄사)와 구별되는 ‘조력 자살’이다. 지난 17년간 이 병원에서 안락사한 1905명 중 91.81%(1749명)이 외국 국적자다.

콜은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기 직전 “집에서 이렇게 안락사할 수 있어야 했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언론에는 “조력사망 법이 통과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는 자살을 조장하거나 도와준 사람을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하는데, 안락사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다음달부터 영국 하원에서 조력사망 법안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스위스 말고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 3월 ‘깊은 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 심의 중이다. 각국의 안락사 허용 대상과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죽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윤리적·종교적 이유에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베러네스 일로라 핀리 영국 카디프대 교수(간병학)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사가 가를 수 있게 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말기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기대여명 판정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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