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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詩가 있는 풍경…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입력 : 2015-08-13 20:09:28 수정 : 2015-08-13 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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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고장' 옥천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을 자랑하는 부소담악.
충북 옥천 하면 시인 정지용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정지용이 태어난 곳이다. 그래서 옥천을 ‘향수의 고장’이라고 한다. 관광객이 옥천역에 내리면 시인의 대표작 ‘향수’가 대합실 벽에 걸려 있고, 군내 음식점이나 주요 건물 벽 곳곳에서도 시인의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옥천 사람이면 대체로 그의 시 한두 편은 줄줄 외울 수 있다는 게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그만큼 정지용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고장이다. 이곳은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여사가 살던 생가가 있어 이곳 역시 방문객이 적지 않다. 장쾌한 풍광을 자랑하는 부소담악(芙沼潭岳)도 빼놓을 수 없는 옥천의 명소다.
정지용 시인 생가 전경.

옥천 나들목을 나와 수북 방향으로 가다 청석교를 건너면 향수 길에 있는 정지용문학관에 이른다. 정지용은 1902년 옥천에서 태어나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바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20∼194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청석교 생가 아래는 ‘향수’에 나오는 작은 실개천도 보인다. 
문학관 앞에 있는 정지용 동상.
문학관 입구에서는 ‘향수’를 새겨 놓은 시비와 생가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향수’는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의 마음을 그림 그리듯이 소박하고 따뜻한 시어로 잔잔하게 풀어낸 걸작으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엮여 가요로 만들어져 또 다른 방식의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로비에서 밀랍인형으로 만든 정지용이 벤치에 앉아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문학관에서 ‘호수’라는 시를 발견하고 적잖게 당황했다. 기자는 이 시가 정지용의 작품인 줄 몰랐다. “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푹 가리지만/보고 싶은 마음/호수만 하니/눈 감을밖에.” 그리운 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여섯 행으로 압축해 표현한 게 놀랍고 대단한 작품이라는 게 동행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향수’의 시인이 이런 시도 남겼다는 것에 놀랐다. 
정지용문학관의 내부. 정지용 시인의 문학을 시대와 연도별로 잘 정리해 놓았다.

1996년 문을 연 정지용문학관은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그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살았는지와 그의 문학을 시대와 연대별로 보기 좋게 잘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학의 실체를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문학전시실과 영상실, 문학교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정지용문학관 근처에 육영수 여사 생가가 있다. 건물은 허물어진 채 생가터만 남았다가 복원작업을 거쳐 2011년 5월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1600년대 이후 3명의 정승을 배출했다고 해서 ‘삼정승집’이라 불렸던 이 집은 육 여사가 태어나기 전인 1918년 부친 육종관이 민정승의 자손 민영기에게 사들여 고쳐 지으면서 조선 후기 충청도 반가의 전형적 양식의 집으로 탈바꿈했다. 
육영수 여사 생가터 전경.
기자가 찾은 날 이곳에는 중장년층 관람객들이 많이 보였다. 입구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들의 덕담이 많이 적혀 있었다. 육 여사가 기거하던 작은 방과, 영부인 시절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그를 좋아했던 방문객에는 그에 대한 또 다른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전형적인 사대부 집안의 형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는 충청도 양반가의 딸이었지만 그가 기거했던 방은 작고 소박했다.
사랑채와 ‘ㄷ’자형의 안채에 설치된 전통창호는 용(用)자, 아(亞)자, 완(卍)자 살창 등 사대부집 방의 창호를 장식하는 살대가 그려내는 문양이 아름답다.

옥천은 풍광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이 부소담악이다. 군북면 추소리 부소무니 마을 앞 호반에 암봉들이 700m가량 병풍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이 암봉들의 파노라마는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했을 정도로 예부터 옥천 제일의 선경을 자랑한다.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 물위에 떠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2008년 국토해양부가 전국의 하천, 호수, 계곡, 폭포 등 한국을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하천 10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병풍처럼 펼쳐진 암봉들을 본 순간 탄성을 자아냈다.
부소산은 해발고도 120m의 최고봉을 시작으로 끝에서 수면으로 급하게 잦아들어 세를 다하는 해발고도 90m의 봉우리를 양쪽으로 거느린 총 길이 약 1.2km의 산이다.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을 따라가면 다양한 부소담악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부소담악의 능선 부에 세운 추소정에 오르면 파노라마처럼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장령산의 금천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장령산은 힘찬 산세를 자랑하는 옥천의 명산이다. 서대산 줄기가 장령산 금천계곡을 만나 급히 세가 잦아들고 장령산 또한 금천계곡으로 급히 자락을 내린 곳이다. 금천계곡은 장령산휴양림으로부터 군북면의 중심을 관통하며 흐르는 시화천에 이르기까지 5km 구간을 흐르는데 경관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시원한 물놀이장이 된다. 이곳 장령산휴양림은 숙박시설은 물론 다목적운동장과 야외음악당, 대형파라솔, 데크, 정자, 텐트데크 등의 야외시설을 갖추고 있어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옥천=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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