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특이 현상은 비단 극장가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아동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장난감을 수집하는 성인층 역시 존재한다. 미니카, 각종 피규어 등의 완구들은 어느덧 아이들과 어른들 공통의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최근 한 패스트푸드업체가 햄버거세트와 장난감을 묶어서 판매했는데, 이 세트메뉴의 인기가 '대란'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세트에 포함된 장난감이 다름 아닌 인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감독 피에르 꼬팽·카일 발다)'의 캐릭터 '미니언'이었기 때문. 전국의 매장에서는 햄버거세트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이들 중 상당수가 성인층이었다. 구매에 실패한 이들은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웃돈을 주고 이 장난감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층과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어른들을 이른바 '키덜트'족이라 한다. 키덜트란 키드(Kid, 어린이)와 어덜트(Adult, 어른)의 합성어로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각 문화콘텐츠 및 유통업계가 이들의 잠재적 구매력을 통찰, 전 연령층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완구 ▲전자기기 ▲애니메이션 ▲의류 등으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 새로운 거대 시장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국내에서의 키덜트 붐은 '90년대 복고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키덜트 마케팅의 대상은 주로 20~30대 연령층이다. 과거 90년대에 유년·청소년기를 거쳤던 2030 세대들에게 '응답하라' 시리즈, '추억의 불량식품', '토토가' 등이 대 유행했듯, 키덜트들은 자신들의 유소년기를 추억하는 행위에 열광한다.
2030의 키덜트들이 아직 '키드'였던 90년대에는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에, 조기교육에 피곤할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취업, 학자금 대출, 스펙전쟁, 결혼, 주택마련 등의 걱정들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키덜트 붐에 대해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순수했던 그 시절의 추억에 젖어 휴식하려는 사회적 추세'로 보고 있다.
#. 30대 직장인 김은영 씨(34·여)는 미국 '픽사'와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DVD를 모으는 것이 취미다. 이 두 회사의 애니메이션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과 어른 모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과거 아동 취향이라 여겨졌던 애니메이션 영화가 성인 소비자층에게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는 점은 '토이스토리' 시리즈 등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김씨는 "토이스토리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와 함께 성장해온 애니메이션 시리즈"라며 "그렇기에 DVD를 볼 때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을 키덜트라 칭하며 "키덜트들은 각박한 사회생활로 받은 상처를 애니메이션 DVD 등으로 치유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키덜트들이 지닌 아동·유소년 취향의 소비형태에 대해 "장난감 등을 충분히 갖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보상 심리"라 풀이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갖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보거나, 용돈을 조금씩 모아 원하는 물건을 사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 한계와 부모님의 야단에 갖고 싶은 물건을 포기해 본 경험 역시 마찬가지일 것. 구매력을 갖춘 성인이 된 지금은 동심과 추억을 단순히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팍팍한 일상 속 소소한 '지름'을 시도하며 취미생활로 삼는다.
유통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 또한 키덜트 족의 수집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제품을 정해진 기간에만, 또는 정해진 물량 만큼만을 판매하는 한정판 마케팅은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하며 키덜트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특히 한정판 제품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져 금전적 가치가 상승한다. '레테크(레고+재테크)' 등 각종 장난감 재테크 역시 이러한 한정판 제품의 특성을 활용해 키덜트를 대상으로 하는 재테크 방법 중 하나다.
#. 직장인 강주헌(35·남) 씨는 아동용 조립완구 '레고'를 수집하는 키덜트다. 특이한 점은, 레고 제품 중에서도 캐릭터나 관련소품만을 모으는 '미니 피규어 마니아'라는 것. 강씨는 미니 피규어만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 "크기가 작아 부담도 없는데다 귀엽고, 종류가 다양해 수집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가격까지 작고 귀여우리라 예상해선 안 된다. 고작 검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스타워즈' 시리즈 피규어 중 일부는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는 편이고, 강씨가 아끼는 '스파르타 전사'의 경우 3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미니 피규어 시리즈'는 시즌제 판매라는 특성상 구매 시기를 넘기면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초기에 절판되거나 인기 있는 모델들의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셈이다. 강씨는 "아직 판매할 마음은 없지만 언젠가 용돈 벌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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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서울 키덜트 페어 |
과거에는 키덜트라는 단어에 비하적 의미가 함께 내포돼 있었다.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 현실을 외면하고 유아적으로 퇴행한다는 얘기다. 또한 키덜트 문화는 어디까지나 매니악한 일부만을 위한 비주류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성료한 '제2회 서울 키덜트 페어'에 약 4만 여명이 방문했다는 것을 봐도 키덜트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는 중이란 걸 알 수 있다. 또한 업계 조사 결과 국내 키덜트 시장은 총규모 약 5000억 내지 7000억으로 추산되며 매년 20~3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그리고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동심으로 치유하고자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러한 감정들을 어른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잊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라이프팀 차주화 기자 cici0608@segye.com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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