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뢰도는 과거보다 그나마 나아지긴 했다. 광우병 파동이 들끓던 2007년보다는 10%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OECD 평균 41.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아랍에미리트 89%, 중국 85%, 인도 85%, 싱가포르 68%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공직 비리, 이익 집단화한 공직사회가 불신을 키운 측면이 크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관피아의 검은 유착, 국가안보를 팽개친 방산 비리,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드러난 공무원 조직의 이익 집단화가 모두 신뢰를 갉아먹는 요소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서민의 삶은 더 힘들어져도 이렇다 할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부조리와 무능이 속속 드러난 올해 조사를 했다면 신뢰도는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법부는 더 심각하다. OECD 국가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평균 54%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두 배다. 스위스 81%, 룩셈부르크 76%, 핀란드 74%, 스웨덴 69%, 독일·아일랜드 67%와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뿐이다. 판결의 신뢰를 이토록 잃었으니 대수술이 시급한 개혁 대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전관예우와 같은 부조리가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유·무죄, 형량의 판단을 고무줄 잣대로 재단을 하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가 그토록 문제가 됐지만 사법부에서는 “전관예우를 뿌리 뽑겠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 정부와 사법부의 신뢰도가 이토록 엉망인데 무엇으로 힘을 모으자고 국민을 설득하겠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의 신뢰를 좀먹는 ‘공공 부조리’를 당장 개혁의 도마에 올려놓아야 한다. 부조리에 젖어 있는 국가 공조직을 바꾸는 일이 나라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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