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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시게미쓰, 그룹 후계구도 '중재자' 부상

입력 : 2015-08-02 19:32:33 수정 : 2015-08-03 0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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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과 이틀간 함께 지내
韓·日 그룹 분리 경영 방안 등 제안
두 아들 중 어느 한쪽만 선택 않은 듯
지난달 30일 오후 2시30분쯤 하늘색 상의에 스카프를 걸치고 검정 선글라스를 낀 한 여성이 김포공항에 입국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씨다.

시게미쓰씨는 이날 공항에서 “왜 입국했느냐”, “두 아들 중 어느 쪽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러 왔다”고만 밝히고 입술을 굳게 다문 시게미쓰씨는 롯데그룹에서 나온 경호원 등 10여명의 안내를 받으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가운데)씨가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게미쓰씨는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 건너가 사업할 때 만나 사별 후 결혼한 두 번째 아내다. 시게미쓰씨는 1954년과 55년 연년생으로 동주·동빈 형제를 낳았다.

시게미쓰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2012년까지 일본과 한국을 한 달씩 오가며 ‘셔틀 경영’을 할 당시 일본에서는 시게미쓰씨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시게미쓰씨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양상을 잠재우는 중재자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내다봤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 모친 의중이 신 총괄회장의 의견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그는 1일 출국하기까지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하면서 후계 구도에 대한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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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핵심 관계자는 2일 “시게미쓰씨가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롯데호텔의 신 총괄회장 거주공간에서 경영권 갈등에 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시게미쓰씨는 한·일 롯데를 각각 장남과 차남에게 맡겨 경영하는 방안, 두 아들이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안 등을 두루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통합회장으로 누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시게미쓰씨가 모친으로서 두 형제 중 어느 한쪽만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두 형제 모두 상처 없이 명예를 회복하도록 부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제안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그룹의 주요 주주인 만큼 시게미쓰씨의 제안이 갖는 의미가 크다. 그는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광윤사(光潤社)의 지분을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친정도 광윤사 지분을 상당히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총괄회장의 부인,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만 입장을 표명한 게 아니라 대주주로 의견을 개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부인의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일지가 경영권 분쟁의 새 변수가 될 것”이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부인의 제안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게미쓰씨는 지난달 31일 열린 시아버지 제사엔 참석하지 않은 채 1일 오후 3시30분쯤 하네다행 아시아나항공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는 제사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다고 밝혔지만, 제사가 열린 장남 신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게미쓰씨는 출국장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탑승구로 들어갔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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