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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20년 가까이 시를 쓰고도
누가 시인이라 소개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숨어 있는 시의 가느다란 팔목이라도
잡아보려 내뻗는 실핏줄 돋은 손들
앞에서 고개가 숙여진다 부끄러운 듯
쓰다듬는 아마추어의 눈빛이 난 좋다
처음 살아보는 이 생 앞에
우린 모두 아마추어다
삶이 연습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
마주치는 것들 동사로 싣고 가는 자는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다
맞춰보다 맞추다 처음인 듯
입 맞추는 황금 문장
서툰 대로 온전하다
죽음조차 난생처음인 우린 모두 아마추어다
사라지고 나서야 마침표가 찍힌다

―신작시집 ‘집에 가자’(삶창)에서

◆ 김해자 시인 약력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산문집 ‘민중열전’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전태일문학상, 백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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