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도 1조5481억 영업손실, 현대重1710억… 7분기연속적자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부메랑 탓 저가 수주의 대가는 혹독했다.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국내 조선업계 ‘빅3’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2분기 들어 4조7000억원대의 전례 없는 적자를 봤다.
4∼5년 전부터 마구잡이로 해양 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게 눈덩이 적자가 돼 실적 악화의 부메랑이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실 은폐 의혹을 샀던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이 넘는 적자로 ‘업계 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창사 이래 가장 나쁜 실적을 냈다”며 “조선업계 전체로 봐도 분기 사상 최대 적자 규모”라고 설명했다.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온 대우조선 측이 우려대로 최악의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분식회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건조 중인 해양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분이 실적에 반영됐다”며 “공정 지연 등으로 투입 원가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고 이날 공시했다.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양 플랜트의 공정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해양 프로젝트는 선상에서 많은 인력이 동시에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협소한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생산효율 저하가 예상보다 커 공정이 대폭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해양 플랜트 악재를 비켜가지 못했다. 2분기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13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2분기 적자와 관련해 “해양 플랜트 해외 현장의 설치공사비 증가와 일부 공사의 공정 지연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빅3가 밝혔듯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불러온 주범은 해양 플랜트이다. 해양 플랜트란 바다에 매장된 석유, 가스와 같은 자원들을 발굴·시추·생산하는 데 필요한 설비인데, 업계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2013년 빅3는 세계 해양 플랜트 발주량의 70% 이상 독식하면서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로 내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제작경험도 일천한 데다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는 물론 인력까지 외국에 의존하는 등 역량마저 떨어져 공정 지연이 다반사로 일어났고, 대규모로 파견된 인력과 설비에 투입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수주했지만, 척당 10개월∼1년씩 공기가 지연돼 1조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빅3가 저가로 따낸 해양 플랜트 물량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 또한 전망이 암울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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