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초대석] 국민의 생명·안전 책임맡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관련이슈 세계초대석

입력 : 2015-07-29 06:00:00 수정 : 2015-08-18 21:35: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신속 현장대응 통한 골든타임 확보·통합체계 구축 진력"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전화는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울렸다. 인터뷰 당일인 지난 26일 저녁 제12호 태풍 할롤라가 남해안을 통과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 만큼 박 장관은 상황점검과 보고를 받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평일에 국회와 현장 방문 등 일정이 빡빡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일요일에 인터뷰를 잡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 장관이 휴일에 출근한 것은 이날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5일 취임한 이후 230여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상황실에서 10분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태풍 피해 예방을 진두지휘하는 분주함 속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40여 년의 군 생활이 몸에 밴 그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 공무원의 소명의식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이 넘는 인터뷰를 이어가며 그는 취임 이후 8개월간 안전처가 해온 역할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박 장관은 “자연재난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많이 익숙해져 있다”며 “사회재난의 경우 그 불확실성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ㅡ여름은 장마와 태풍 등이 많이 오는 계절로 안전처 본래 역할을 할 때가 왔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해군에서는 항해를 하다가 가장 위험한 암초를 지날 때 함장이나 사령관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대에 위치한다. 오늘 새벽 태풍 할롤라가 지나갈 때 중앙재난안전 상황실에 위치하며 관리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ㅡ취임 후 여름 장마가 처음이다. 다음 장마나 태풍 대비책은.


“지난 2∼4월에 국가안전 대진단을 통해 저수지 등 위험요소들을 많이 정비했다. 그러나 태풍이 올 때마다 위치와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준비한다. 기존에는 기상청 예보에만 의존했는데, 이제는 일본과 미군 합동경보센터 등을 합쳐서 보고 있다. 지난 9, 11호 태풍 때도 이를 모두 참고했고, 당시 미국 정보가 많이 맞았다.”

ㅡ메르스 사태 당시 ‘안전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재난 시 어디서 주관하는지가 나온다. 회의를 통해 질병관리 역학관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담하고, 나머지는 안전처 등 재난안전지원대책본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 지원본부에는 13개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30명이 파견나와 근무했다. 축구를 예로 들면 공격수가 중요한 역할이지만 골키퍼도 있고 수비도 있다. 모두 다 잘난 척하고 공 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 직원들에게도 ‘우리가 할 일만 하자’라고 얘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ㅡ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안전처의 모든 문서에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이 안전불감증이 있다고 단정해 버리면 안전에 대한 대안이나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다만 인간의 욕망이 편리함을 추구하고 그 욕망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재난, 복합 재난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안전을 지키는 데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하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ㅡ재난안전 교육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강화 방안은.


“지난 3월 발표한 안전혁신마스터플랜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재난관리체계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그 왼쪽 날개가 국가안전 대진단이고, 오른쪽 날개가 생애주기별 맞춤형 안전교육이다. 영유아기부터 초·중·고·대학, 사회까지 안전이 다 다르다. 그 주기에 맞게 만든다. 정부 입법으로 재난안전교육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진행사업이 43건, 신규 추가된 사업이 57건이다. 전체적인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작업이 많다. 이 안전혁신마스터플랜이 다 되려면 60년이 걸린다. 우리 세대는 머리로 안전을 배웠지만 다음 세대는 뜨거운 것을 한 번 만지면 다음에 안 만지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ㅡ안전처의 업무는 대부분 부처 협조가 연결돼 있다. 협업은 잘 이뤄지고 있나.

“안전처 업무의 90%가 부처 간 협조다. 부처 간 칸막이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책임을 공고히 구축하기 위해 특별교부세와 소방안전교부세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처 주관으로 매월 전국 시·도 재난안전 실국장회의도 정례화했다. 부처와 협조도 마찬가지다. 올 초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산림청 등과 논의해 야영장 운영 대책을 발표했다. 영종도 106중 추돌 사고 때도 민자회사를 포함한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안전기준을 만들어 안개예보 등을 하기로 했다. 부처 간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필요한 부분은 서로 다 받아준다.”

ㅡ소방과 해경, 안전행정부 등이 합쳐지다 보니 조직 내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출범한 지 8개월 남짓해 국민적 기대와 총괄조정 기능 재정립 문제 등에서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물도 분해하면 산소(O)와 수소(H)가 나온다. 이처럼 자기 특성을 갖고 있되, 그를 통한 시너지가 나와야 한다. 자존심이 센 회사와 직원들 관계가 좋은 회사 중 어느 회사가 위기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느냐고 봤을 때 어느 정도 경쟁이 있는 회사가 더 잘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은 인사 때 분명히 감안할 것이다.” 

ㅡ예산 뒷받침은 잘 되고 있나.


“지난해 책정된 예산은 안행부와 소방방재청, 해경 시절의 예산을 다 합친 3조3124억원이었다. 아무래도 청 단위 기관 예산이다 보니 다 합쳐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3조8000억원 정도 요청했다. 정부 전체 예산의 2%에도 못 미친다. 돈을 많이 벌어다 줘도 집사람이 늘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웃음) 일단 3조8000억원 중 3조4000억원은 확정됐다.”

ㅡ방산비리로 ‘친정’인 해군 관계자들이 적발됐는데.

“해군은 앞으로 10년 동안 물 속 100m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나는 걱정 안 해도 된다.(웃음) 수감된 정옥근 총장은 내가 전역할 때 총장이 된 후배다. 가슴 아픈 일이다.”

ㅡ하반기 안전처 운영방향을 설명해 달라.

“안전처의 가장 큰 미션은 신속한 현장대응을 통한 골든타임 확보와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이다. 부족하나마 큰 골격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특수구조대 확충과 안전정책조정회의 활성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ㅡ올여름 휴가는 언제, 어디로 가나.


“8월 첫 주에 3일간 간다. 그러나 집에는 가지 않고 광화문 근처 숙소에 있을 것이다. 해군에 있을 때도 휴가 기간 관사에서 자고 낮에 둘러봤다. 중앙재난상황실은 365일, 24시간 깨어 있는 곳이다. 상황실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첫 번째 단추다. 하루는 시간을 내서 남양주에 있는 아버지 산소에 다녀올 예정이다.”

ㅡ장관이 없어도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집에 가서 자지 않는 것은 제 자신에 대한 사소한 약속이다. 40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솔선수범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집에 가느냐 안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황실 얘기 좀 하겠다.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상황실이다. 상황실에 ‘침착하게 극진한 마음으로 국민만을 생각하자’는 표제어를 달았다. 모든 생활과 사유의 방향이 국민 안전에 맞춰져야 한다는 제 마음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ㅡ좌우명이 있다면.

“좌우명이라기보다는 해군 소장 시절 삼중 스님에게서 받은 액자가 있다. ‘니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가시방석처럼 앉아 있는 이곳이 꽃자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기서는 아무도 “장관님 힘드시죠. 저랑 같이 술 한잔 하시죠” 하는 사람이 없다.(웃음)”

대담=문준식 사회2부장 , 정리=정진수, 사진=이제원 기자

■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경기 양주(1952년) ▲경희고 ▲해군사관학교(28기) ▲국방대학교 안보과정 ▲경남대 안보정책학과 정치학 석사 ▲해군 인사참모부 부장 ▲해군 제3함대사령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작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차장 ▲충남대 석좌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