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탄 숭배자들 모임인 ‘사탄의 성전’(The Satanic Temple)은 전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이스턴마켓에 있는 신전에서 높이 약 2.7m의 ‘바포멧(산양 머리를 한 기독교 악마 중 하나)상’을 신자들에게 공개했다.
사탄의성전 측은 애초 바포멧상을 오클라호마주에 세우려 했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2013년 11월 주의회 의사당 앞에 십계명과 일루미나티 상징 기호가 새겨진 1.8m짜리 조형물을 세우자 자신들이 숭배하는 바포멧상을 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주 대법원은 의사당 주변에는 일체의 종교적 조형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
사탄의성전이 바포멧상을 디트로이트에서 공개하려고 한다는 것은 지난달에서야 알려졌다. 단체는 신도의 후원금으로 만든 바포멧상을 7월25일 디트로이트 신전에서 공개하니 반드시 티켓을 지참하고 참석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날 바포멧상을 보기 위해 신전 앞에 줄지어 선 신도는 수백명에 달했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악마상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기독교 신자와 일반 시민 200∼250명은 신전 주변에 모여 “예수가 진리인 이 곳에 사탄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 등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며 시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다행히 양 측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사탄의성전 측은 홈페이지에서 “이번 공개식은 바포멧에 대한 숭배 의미와 함께 오클라호마 등에서 십계명비 설치 세력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다음 바포멧상이 들어설 장소는 이들이 십계명비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아칸소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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