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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
2015 한국배구연맹(KOVO)컵 프로배구 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 18일 충청북도 청주체육관. 관중석에 낯익은 얼굴이 열심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 프로배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터에서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숙자(35) KBSN 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숙자 위원이 2013~14 V-리그에서 GS칼텍스를 여자부 챔피언에 올려놓은 뒤 은퇴한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은퇴 뒤 이숙자 위원은 예정대로 임신을 했고, 지난달 23일 예쁜 공주님 아린이를 낳았다.
보통 산후조리 과정이 짧아도 3개월을 걸린다지만 이숙자 위원은 지난 11일 KOVO컵 개막 때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출산한 지 불과 18일 만이었다. 그야말로 ‘엄마 투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됐어도 과거 ‘미녀 세터’라 불릴 정도로 빼어났던 미모는 출산 이후에도 여전했다.
너무 일찍 현장에 복귀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숙자 위원은 웃으며 “집에서 아기 돌보는 게 해설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라며 답했다. 이어 “다들 너무 일찍 복귀한 것 아니냐고들 하지만, 방송해도 거뜬할 정도로 몸 상태는 정말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친정팀 GS칼텍스는 이숙자 위원의 은퇴식도 성대하게 치러줬지만, 당시 이숙자 위원의 신분은 임의탈퇴였다. 여자 프로배구가 워낙 세터 기근에 시달려 이숙자 위원과 같은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김사니(IBK기업은행), 정지윤(GS칼텍스), 이효희(도로공사) 등 비슷한 나이대의 베테랑 세터들이 여전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이숙자 위원도 은퇴를 하긴 했으나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고, 어느 팀에라도 가면 주전 세터로 뛸 수 있었다. 은퇴로 풀어주면 조건없이 다른 팀과 계약이 가능했기에 임의탈퇴 처리는 GS칼텍스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숙자 위원은 지금도 신분은 GS칼텍스의 임의탈퇴 선수다. 만약 임의탈퇴가 해제되어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혹은 GS칼텍스로의 현역 복귀에 대한 생각이 있냐고 묻자 이숙자 위원은 손사래를 치면서 “현역 복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운동도 오래 쉬었고...”라고 답했다.
이숙자 위원에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다. 아린이가 커서 배구를 한다고 하면 시키겠냐고. 이숙자 위원은 “우선은 말려야죠”라고 답했다. 이숙자 위원도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성인 배구 초반 현대건설 시절엔 강혜미라는 걸출한 세터에 가려 백업 세터로만 6년을 보냈다. 누구보다 배구 선수의 길이 힘들기에 딸만큼은 안 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이숙자 위원은 한 마디를 더 했다. “우선은 말리긴 하겠지만, 아린이가 죽어도 하겠다고 하면 뭐 어쩔 수 없죠. 시켜야죠”
청주=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