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전면전에 돌입했다. 국정원 해킹 진상규명조사위원장(가칭)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불법 해킹프로그램을 시연하며 대국민 홍보전에 나섰다. 문 대표는 “국정원뿐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도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정치공세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며 “단지 정보인권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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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내 ‘국가정보원 불법사찰의혹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운데)가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문재인 대표(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시연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안 위원장은 시연을 통해 휴대전화에 악성 프로그램을 미리 심고 휴대전화로 입력한 문자메시지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과정, 휴대전화를 조작하지 않을 때도 기기에 달린 카메라가 비추는 모습이 외부 컴퓨터에 전달되는 과정을 대형 모니터로 보여줬다. 이어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점검했다. 안 위원장은 중앙당에 검사센터를 설치해 일반 국민의 휴대전화도 점검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는 조사위 구성을 17일까지 완료하고 불법 도·감청이 행해졌다는 증거 수집에 나선 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위해 열린 예결특위 전체회의 질의에서도 국정원의 해킹 의혹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불법 사찰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프로그램 자체를 구입한 것이 위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능 확보를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한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고, 나중에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와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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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청와대에서 이병기 비서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현기환 정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앞서 대화를 나누다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새누리당은 “정쟁으로 몰지 말라”고 응수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정치 쟁점화, 정략화하는 접근은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국정원이 대북 해외정보활동 및 해킹프로그램 연구를 위해 구매한 연구개발용 프로그램을 야당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민간사찰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찰정국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기관은 당연히 그런 해킹 프로그램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우리 입장은 정보위에서 모두 밝혔다”며 “일반 국민을 상대로 사찰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도 “이탈리아 보안업체의 해킹팀으로부터 구매한 해킹 프로그램(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에는 카카오톡 수집 기능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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