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규제 준수…우회영업 등 금지
지주사별 3개 이내 시범 운영…2년 뒤 확대 여부 결정
앞으로는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권의 상품을 원스톱으로 제공받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복합점포에 보험사를 포함해야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개혁과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일단 시범적으로라도 운영해보자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점포에 보험사도 입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개혁자문단회의’ 논의 등을 거쳐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및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위한 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칸막이 완화를 통한 경쟁 및 융합 촉진, 소비자 선택권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보험설계사 실직, 금융지주계 보험사와 비지주계 보험사의 차별, 우회영업 횡행 등 많은 부작용 우려가 존재해서 금융당국은 일단 매우 제한적인 상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우선 보험사가 입점하는 복합점포는 앞으로 2년간 지주당 3곳으로만 제한된다.
올해 5월말 현재 은행과 증권사 간 출입문 및 상담공간을 공동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점포는 총 44개다. 앞으로도 보험을 제외한 복합점포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보험사가 입점하는 점포는 숫자가 제한되는 것이다. 또 은행-증권의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는 형태만 허용하고, 은행-보험만의 복합점포는 불허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2017년 6월까지 이 상태로 시범 운영하다가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복합점포의 성과를 비롯해 방카슈랑스 제도, 금융지주사 및 보험사 경영, 설계사 일자리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한 뒤 제도 확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울러 “부작용 방지를 위해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합점포 내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공동 마케팅과 고객정보 공유는 가능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공간에서 보험사 직원 등이 보험상품을 모집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 판매 자격까지 갖춘 은행원이더라도 방카슈랑스 상품 외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며 “복합점포를 찾은 고객에게 점포 외부에서 상품판매를 알선하는 등 방카슈랑스 규제 우회 행태들도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복합점포 내 불완전 판매, 우회 영업, ‘꺾기’ 등을 중점 점검해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복합점포 내에서 보험사 직원이 판매하는 상품은 ‘방카슈랑스 25% 규제’의 예외 대상이 된다.
◆시큰둥한 은행·반응 엇갈리는 보험
한편 이번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에 대해 은행과 보험사들은 서로의 처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은행은 대체로 시큰둥한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현 은행-증권 복합점포에서도 내점 고객의 90% 이상이 은행 창구만 이용하고 간다”며 “보험사가 포함돼도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스톱 금융상담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과 보험상품 판매자격까지 갖춘 프라이빗뱅커(PB)가 1:1로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제한이 많은 상태에서 복합점포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분간은 복합점포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이익이 날 것 같지 않다”며 “고객센터의 역할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지주계냐 비지주계냐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비지주계에서는 “전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 강했다.
한 비지주계 보험사 관계자는 “복합점포는 현 보험시장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며 “본격 시행될 경우 ‘방카슈랑스 25% 룰’이 사실상 해제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지주계와 비지주계 보험사의 영업력에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복합점포가 제한적인 상태지만, 이것이 전면적인 확대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보험사의 은행 종속과 함께 보험설계사 대량 실직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주계에서는 신중하지만 기대하는 눈치다.
한 지주계 보험사 관계자는 “복합점포의 보험사 입점이 초기 단계인 데다 제한이 많아서 큰 실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25% 룰’과 관계없이 계열 보험사 상품만 집중적으로 팔 수 있으니 전면 확대가 시작되면,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되면, 보험설계사들이 서로 그 점포에 나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이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염려했다.
특히 NH농협생명에서 기대가 큰 분위기다. 현재 농협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구가 중이지만, 태반을 방카슈랑스 영업에 기대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내후년부터 농협 단위조합에 ‘25% 규제’가 가해지면, 실적이 급락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복합점포가 활성화될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짜서 복합점포의 보험사 입점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며 “기존 점포를 복합점포로 전환하기보다 신규 점포 위주로 갈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주사별 3곳이라는 제한이 풀리면, 30~50개 정도의 복합점포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보험업계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2년 후부터 복합점포에 걸린 갖가지 제한이 풀릴지는 의문인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로 대형 보험사들이 비지주계다 보니 이들의 반발이 매우 크다”며 “금융당국도 의견 조율에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국회의원도 복합점포에 보험사를 입점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금융위가 내놓은 복합점포 방안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에 접어든 ‘방카슈랑스 25% 룰’을 우회적으로 붕괴시켜 금융업권별 공정하고 바람직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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