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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이 고위관료인 이관징에게 하사한 책 가운데 하나. 이관징은 이를 손자인 이만부에게 전해 학문에 전념하도록 이끌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
전시회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1장에서는 과거제도의 역사와 기원을 제도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과거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동아시아 과거제의 양상, 고려와 조선의 차이, 과거의 다양한 종류와 시권의 형식 등을 세부항목으로 삼아 자세하게 다루었다.
과거의 생활문화사적 측면은 2장에 담았다. 과거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열정과 희비, 과거 공부의 교재와 각광받은 독서처, 서자들의 과거응시, 합격자 발표와 행사, 동기생 명단인 ‘방목’과 합격자들의 동기애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문서와 그림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조합했다. 조선의 선비들에게 과거는 늘 큰 관심사였고, 그런 만큼 일화나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전시품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생동하는 모습과 과거와 관련된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3장에서는 시권을 통해 국가경영의 현안이 무엇이었는지, 선비들은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놨는지를 보여준다. 시권 중에서도 당시 현안과 선비들의 지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책문을 주로 활용했다. 과거에 출제된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외교 등을 망라했다. 과거에 응시한 선비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인재의 적절한 활용, 덕치의 구현, 군신 간의 조화 등을 키워드로 한 대답을 제시했다. 조광조, 이황, 윤선도, 송시열, 박세당, 정약용 등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 관료들의 답변에서 탁월한 식견과 국가, 사회에 대한 헌신의 자세, 포괄적 동포의식 등을 읽어낼 수 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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