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오래전부터 술 마시기가 불편한 나라다. 말레이계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현할 의도로 이슬람식 인사를 건네면 대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정색을 하며 “당신 무슬림 아니잖아”하는 반응을 해 인사를 건넨 사람을 무안하게 만든다.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간의 극명하게 다른 종교적 경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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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동남아학 |
샤리아가 적용되는 공간은 ‘움마’라 칭하는데 이는 ‘이슬람 공동체’라는 뜻으로 민족이나 국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움마는 혈연이나 지연 없이도 이슬람의 가르침에 입각해 형성된 이슬람 신앙의 공동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브루나이 국민과 무슬림이 아니어도 브루나이에 발을 들여 놓았다면 샤리아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브루나이의 샤리아 형법 강화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국내용이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많은 국민이 해외로 나가고 더 많은 외국인이 브루나이로 들어오고 있다. 자칫 훼손될 수도 있는 절대왕정 체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또한, 전 세계 이슬람국가의 샤리아 강화 추세를 따르는 자위적 정책의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브루나이가 이슬람 청정국가임을 내세워 기존의 석유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말레이시아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이슬람뱅킹과 이슬람식 식재료 수출산업인 할랄산업을 육성하거나 중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많은 한국인이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우리의 입맛대로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엄격한 사회적 규범이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음주를 ‘하람’이라 하며 금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동남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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