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대출 시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는 분할상환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상환 능력은 높이면서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가계부채 위험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는 다음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먼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DTI 산정 시 일시적이고 비정기적인 소득을 인정소득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정소득이 줄어들면 대출한도도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DTI가 60%, 연소득이 1억원이면 최대 대출한도는 6000만원이지만, 인정 연소득이 8000만원이면 대출한도는 4800만원이 된다.
또한 대출 이후 차주의 소득 변동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방안과 서울 등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DTI 규제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보다 위험성이 더 큰 상호금융권의 토지·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은행 수준의 LTV(40%)를 적용하되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올해 25%, 내년 30%, 2017년 40%로 설정된 은행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대출 비중도 상향조정된다. 원리금 분할상환을 많이 취급하는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분할상환을 독려할 방침이다.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면 대출금은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때 맡기도록 돼 있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대출 방식에 따라 차등화하거나,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분할상환 방식 배점을 높이는 조치가 가능하다.
정부가 이처럼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이 이미 1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올해 1분기 자영업자는 54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9000명 줄었다. 50대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데, 50대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할 경우 은행의 부실도 덩달아 불어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LTV나 DTI 강화, 총량규제 등 조치를 해야 할 때는 아니다”며 “경기 회복,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미시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대로 가계부채 급증세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현재도 DTI 60% 한도까지 적용받는 대출이 많지 않은 데다 은행에서 필요한 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을 경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2금융권 고금리 상품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대책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야기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파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한 번 터지면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며 “소득 1분위(하위 20%), 50대 이상 대출자 등 위험한 차주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세종=박찬준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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