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논술 A to Z] 다양한 논거와 구체적 사례 제시… 재반박 통해 논의 심층화해야

입력 : 2015-06-07 20:03:28 수정 : 2015-06-07 20:03:28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교과서 중심 논술 필승 전략] 〈16〉 평가 유형 정복하기 ② 지난주에 이어 평가유형 문제에 대해서 알아본다. 핵심을 추출해 담백하게 표현하는 사실적 글쓰기와 달리 비판적 평가를 담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표현하는 유형이다. 평가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평가의 대상, 평가의 관점, 평가의 근거를 답안 구성의 3요소로 떠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는지를 공부했다. 이들은 문제에 드러나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게다가 평가의 대상과 관점이 되는 제시문들은 이미 1, 2번 문제에서 요약 비교한 후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3요소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평가의 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무엇을 근거로’ 평가할 것인가? 평가문제에서 ‘평가의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학생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나’의 견해를 쓰는 문제뿐만 아니라 특정 제시문에 기반해 평가하는 문제조차도 무슨 근거를 차용해 평가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 해결책이 있다. 지금부터는 ‘다면적으로 폭넓게 뻗음’과 동시에 그 ‘깊이 또한 심층적인’ 근거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알아보자. 평가의 근거 제시방식으로는 다양한 근거제시(근거의 분류화), 근거의 구체화(사례의 제시), 근거의 심층화(기각 논의)를 잘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아래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평가유형 논술시 무엇을 근거로 할지 막막할 때는 개념, 결과, 시기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근거를 다양하게 분류화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자.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응시생들이 논술시험에 열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근거의 분류화

다면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을 ‘근거의 분류화’라고 부른다. 반대로 하나의 근거를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을 ‘근거의 구체화’라 한다. 평가의 근거는 이 두 가지 축에 의해 지탱된다.

먼저 ‘개결시의 원칙’에 따라 근거를 다양하게 분류화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자. ‘개결시’의 원칙이란 ‘개념’, ‘결과’, ‘시기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평가의 근거를 마련함을 말한다. 무엇을 근거로 할지 막막할 때는 ‘개결시’의 원칙을 떠올리자.

우선 ‘개념’이다. 절대적 개념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목적에 반할 경우 혹은 상대성의 측면을 뜻한다. 가령 ‘‘생명’은 누구도 제약할 수 없는 불가침의 개념인데, 제시문 (다)는 그러한 절대적 생명을 목적에 의해 희생당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와 같은 문장이다.

다음은 ‘결과’다. 그와 같은 현상이나 주장이 지속, 강조될 경우 나타나는 역기능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뜻한다. 예로 ‘제시문 (다)와 같은 목적적 입장이 지속될 경우 인간관계에서의 불신이 높아지고 사회 전체적인 응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그다음은 ‘시기적 적합성’을 따지는 것이다. 그 시대나 공간의 특성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의 비판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통해 보듯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높다. 이런 시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무조건적 개인중심주의는 공동체의 안위와 의무를 망각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라는 표현이 그 예다.

둘째, 주제어의 본질적 개념을 강조하면서 평가 대상의 논리를 비판하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 개념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언급하며 이를 강조하고, 평가 대상 제시문이 이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가령 ‘‘자유’는 ‘방종’의 개념과 다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자유의 개념은 지배와 간섭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자유를 해하는 자유는 자유를 넘어선 방종의 개념일 뿐이다. 따라서 제시문은 무조건적 자유를 옹호한다는 입장에서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라고 서술하는 식이다.

또 제시어의 개념이 애초에 불확실하며 이는 상대성에 의해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근거로 하여 논증할 수도 있다. 가령 ‘제시문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는 진보해 왔다. 하지만 역사는 평가의 잣대에 따라 진보하기도 하고 퇴보키도 한다. 기술의 진보는 사회의 정체 혹은 퇴보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인터넷 중독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았다. 원자력발전소의 건립은 방사능 유출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제시문은 역사를 이루는 수많은 사건들의 상대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무조건 진보했다고 논하고 있다’라고 서술해 나가는 것이다.

개념뿐 아니라 상대 제시문에 전제된 논리를 비판하고 전체 논리를 확대 부정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 예로 ‘제시문은 사회 전체가 ‘중용’의 상태가 될 때 비로소 바람직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가 안정적인 상태일 때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안정은 다른 말로 정체를 의미한다. 사회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할 때야말로 바람직한 상태다. 중용의 범주에 들지 못한 소수들의 기발한 도전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표현이다.

셋째, 먼저 상대 제시문을 비판하는 경우 예상되는 부정적 결과를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상대측 제시문의 주장대로라면 부정적 상황이 닥칠 것임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면서 비판의 설득력을 높인다. 가령 ‘제시문은 성범죄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용의자란 아직 혐의점이 불분명한 대상이다. 혐의점이 충분한 피의자나 기소 대상인 피고인과는 다르다. 신상 공개 후 범인이 아님이 밝혀질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인은 부정적 보도 대상을 최대 6배 더 잘 기억한다. 만일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면 그가 무죄를 입증받을지라도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라는 서술이다.

예상되는 성취가 미성취될 경우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 주장은 결코 실효성이 없으며 그가 주장하는 긍정적 결과는 합리적으로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시문은 성매매특별법 강화를 통해 성매매자들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 강화는 성매매자의 인권을 더욱 심각하게 훼손시켜 갈 것이다. 실제로 성매매 금지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가 더욱 더 은밀한 암시장에서 이뤄질 것이고 성매매자들의 인권은 오히려 더욱 심각하게 훼손돼 가고 있다’는 식이다.

넷째, 시기(공간)적 적합성에 대한 비판 근거를 따지는 것이다. 개결시 중 마지막 ‘시’에도 해당하는데, 평가의 근거로 ‘오늘날의 조류나 대세에 부합하기 때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반박의 여지가 많다 해도 거시적으로 살펴볼 때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평가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가령 ‘영어강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세계화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대학의 강의 또한 영어라는 소통의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이를 무조건 애국주의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세계화 속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어강의와 같은 수단을 일정 부분 활용해야 한다’고 서술할 수 있다. 혹은 시각을 조금 좁혀서 우리가 처해진 조건이나 공간의 특수성에 기반에 두고 설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제시문의 내용은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휴전 중이다.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안보는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제시문은 국보법 폐지의 근거로 무고한 자들의 희생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국보법이 권력의 수단으로 잘못 쓰였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으면 된다. 국보법 폐지론까지 확장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답안을 전개할 수 있다.

〈2〉구체화

지금까지 평가 근거의 분류화를 공부했다. 평가 문제에서는 학생의 다각적 검토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다각적 측면에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근거의 다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근거의 심층성이다. 본인이 선택한 근거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이것저것 건드리는 분류화 역시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례는 주로 교과서 범위 내의 역사적 사례들이 적합하다. 아직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여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현대 시사문제는 넣지 않는 편이 좋다. 정치적 대립이 극명한 사안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현학적인 사례, 권위자의 말로 호소하는 것 등은 쓰지 않도록 주의하자.

〈3〉반박-재반박(기각 논의)

반박 재반박은 자신의 평가 근거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우위에 놓여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반대편 논거의 가능성(예상되는 반박의 제시)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추가적 논거 제시(재반박)를 통해 논의를 심층화하는 것이다. 통상 ‘물론 ∼∼측면이 인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점에서 ∼∼평가가 타당하다’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어 ‘물론, 그러나 논의’로 부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평가 근거에 일정한 흠이나 한계가 있음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보완적, 추가적 논의를 이끌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환 논단기 대표강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