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3일로 꼭 1년이 됐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 원희룡 제주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여야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해 7월1일 취임한 뒤 1년 가까이 무난한 행정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행정 전문가 6인에게 이들 단체장의 업무 평가를 물어본 결과 10점 만점에 평균이 7.42점으로 나왔다. 남 지사가 8점을 얻어 가장 높았고 이어 안 지사 7.5점, 원 지사 7.16점, 박 시장 7점 순이었다. 4명의 단체장은 야당과의 연정(聯政), 노·사·민·정 협의회 등을 추진하며 과거 대립과 반목의 대상자와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는 게 공통분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존 여의도 정치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남 지사가 다른 단체장보다 후한 평가를 받은 점은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정 시도가 정치적 레토릭에서 벗어나 실제로 추진되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 5인은 남 지사의 대표적인 실천공약으로 연정을 꼽았다. 연정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남 지사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 교수는 “새누리당 출신의 경기지사가 야당 출신의 (사회통합)부지사를 선임하는 연정 공약은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정치적 약속이어서 많은 사람이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남 지사는 연정을 실현했고, 이는 향후 도민이 남 지사의 다른 공약들도 실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할 수 있도록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 교수는 “타협을 통해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시정을 펼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정치문화의 방향”이라며 “보수당 출신이지만 사회정책에 열린 마음이 있어 연정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따뜻한 복지’를 의미하는 따복공동체 사업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사업은 서울시 모방프로그램으로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안희정, 타협과 여론 수렴의 행정 실현
안 지사는 매년 2차례 지역 노사민정의 대표자가 모여 노사 현안을 논의하는 노사민정협의회 운영으로 점수를 땄다. 구철회 청주대 행정학 교수는 “타협과 여론 수렴을 듣는 행정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 교수는 “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정책을 제도화해 새로운 정책수단으로서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진항, 대산항, 보령항 등의 다기능 무역항 개발을 통한 국제물류거점 구축 공약은 평가가 엇갈렸다. 오, 정 교수는 산업공간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구 교수는 “과연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신열 목원대 행정학 교수도 “평택, 당진항 간 갈등 등으로 아직까지 주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원 지사의 긍정평가 키워드로 협치를 꼽았다. 원 지사는 도정 운영과 정책결정 과정에 도민과 비정부기관(NGO)단체의 참여를 확대해 왔다. 김 교수는 “협치를 통한 정책 실현은 관련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민의 수렴을 용이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도정에 주민참여와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어 특별자치도로서의 지방자치를 잘 살려 나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협치를 강조해 온 원 지사가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 교수는 “취임 1년을 앞둔 요즘 협치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본인이 이상적으로 제시한 도 운영의 아이디어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마을공동체 사업 호평
복지·경제·문화 공동체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박 시장의 행정력을 보여주는 항목이었다.
신 교수는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는데 서울시 사례가 모델이 되고 여러 기관에서 긍정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양한 지역 주민과 관련자(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들이 공동 참여해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함께 실행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싱크홀과 제2롯데월드, 지하철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처가 부정평가 요인이 되고 있다.
정, 신 교수는 각각 “안전위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 준비대응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도시안전에 대해 도드라지게 추진된 사업들에 대한 체감도가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달중·이도형·박영준 기자 da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