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용두사미로 만든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각각 “최선을 다한 안”, “적정한 개혁”이라고 자찬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국가재정 부담이 70년간 333조원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6년 후면 적자 보전액은 매일 100억원씩 올해 수준이 된다. 공무원이 더 내야 할 돈(기여율)은 7%에서 9%로 5년간 찔끔 올리고, 받는 돈(지급률)은 현행 1.9%에서 20년에 걸쳐 1.7%로 낮춘 탓이다. 재정 절감 효과가 20년이나 돼야 나타나는 셈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그대로다. 이번 개정으로 최대 가입(33년) 기준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이 62.7%에서 56.1%로 떨어지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최대 40%)보다 1.7배가량 높다. 국민보다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을 위해 매년 혈세 수조원을 쏟아붓는 걸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이런 면피성 개혁은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가 합의기구에 참여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1993년 적자로 돌아선 공무원연금은 세 차례 개혁 도마에 올랐으나 번번이 땜질 처방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청와대와 여야는 미완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놓고 손을 털었다. 이렇게 ‘폭탄 돌리기’ 식으로 가다간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연금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물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모든 연금의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이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안을 논의하겠다고 하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반드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내년 총선용으로 이해집단 비위를 맞출 작정이라면 아예 다음 국회로 논의를 넘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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