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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홈경기가 열린 인천구장. SK 선수들은 평소 입던 흰색 홈 유니폼 대신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가운데 검정색으로 ‘INCHEON’이란 글씨를 크게 새긴 이 유니폼은 단숨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옷은 1947년 4대 도시 대항 전국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인천야구 대표팀 ‘인천군’을 재현한 유니폼이다. 이 유니폼은 인천 야구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6월 12일 처음 등장했고, 지난해 10월 7일 ‘레전드 데이’ 행사에서 다시 한번 선수들이 입고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유니폼 전면에 당시 인천 영문 표기인 ‘INCHUN’을 써 붙였다.
프로스포츠에 복고 유니폼 열풍이 뜨겁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매진 행렬로 촉발된 복고 바람은 사실 프로야구에서 먼저 불었다. 롯데와 두산 등 다수 구단들은 매월 특정일을 지정해 선수들이 옛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오른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팬들이 창단 당시 디자인으로 만든 복고 유니폼을 사기 위해 판매 하루전인 지난 15일 밤부터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기념품 판매소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제공 |
결국 롯데는 옛 영광을 바라는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경기장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자체 쇼핑몰에서 흰색 홈 유니폼과 푸른색 원정 유니폼을 2007년부터 팔고 있다. 복고 유니폼은 전체 유니폼 판매량의 35%를 차지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OB 베어스 유니폼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상의 엠블럼만 조금 바꿨다. ‘OB’를 제외한 ‘BEARS’를 새겨넣었고 모자에는 ‘OB’ 대신 ‘D’자만 표시했다.
2007년 6월 10일 두산은 OB베어스 원년 우승의 주역 ‘불사조’ 박철순을 시구자로 초대해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두산은 그해 9월 22일 ‘추억의 82, 95 이벤트’를 실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2007시즌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이때 처음 두산은 올드 유니폼을 팬들 앞에 선보였다. 두산의 올드 유니폼도 판매량이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로 팬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는 “노스텔지어(nostalgia·향수)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복고 유니폼은 팬들이 어릴 때부터 응원하던 팀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추억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구단 입장에서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우리 팀은 과거 우승 전력이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구단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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