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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속도 지상주의 벗어나 '느림의 행복' 찾아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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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7 21:34:45 수정 : 2015-05-27 21: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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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에는 자판기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리기,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지퍼 먼저 내리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 누르기 등 웃지 못할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말 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조급해하고 다그치는 것을 보면 이제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 굳어버린 습성이 돼버린 것 같다.

최근 시화방조제 토막살인 사건처럼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살인이나 방화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런 분노·충동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인명 경시 풍조와 빠름을 강요하는 속도지상주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과 치열한 무한경쟁 사회이다 보니,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불안과 스트레스가 연속된 삶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인간 존엄을 최우선시하는 공동체 문화 확산과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우는 범사회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현대 디지털시대의 속도를 맹목적으로 추구해 온 속도지상주의가 과연 우리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다변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양각색의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한 방안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는 1882년 착공해 130여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찾아야 한다. 흔히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며,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느린 것에서 진정한 아름다움과 인간다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천천히 걸으며 즐거움을 느끼고, 많은 것을 보면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것도 느림의 미학을 찾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가끔이라도 느리게 살아보자.

김미혜·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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