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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부상에도 에베레스트서 23명 목숨 구한 영국 여의사

입력 : 2015-05-10 15:01:07 수정 : 2015-05-10 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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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다쳤지만 전 살았어요. 때마침 제 주변엔 의사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았고요.”

지난달 25일 규모 7.8의 지진이 히말라야를 뒤흔들었을 때 영국인 의사 레이첼 털릿(34·여·사진)은 에베레스트산 중턱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다. 털릿은 대형지진에 이어 발생한 산사태로 바위 틈에 다리가 깔렸다. 인대가 찢어졌고, 무릎뼈가 부러졌으며, 다리에 금이 갔다.

그는 다행히 산사태가 일어난 지 몇 분 만에 바위 틈에서 빠져나왔다. 둘러본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본인 역시 부상자였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같이 자원봉사활동을 나온 동료들과 함께 사고 수습에 나섰다. 네팔 셰르파(등반 안내인) 19명과 외국인 등반객 6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이들 25명 중 2명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산사태 당시 에베레스트에 고립돼 있던 등반객 데이비드 해밀턴은 “털릿은 솔직히 말해 말도 안되는 참혹한 상황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최우선 수송 대상자 분류 등 일사분란하게 현장 응급구조팀을 총지휘했다”고 고마워했다.

털릿 팀에 구조됐다는 영국인 등반객 셀리나 딕커(38·여)는 “그녀는 마치 슈퍼우먼 같았다”며 “그녀가 없었다면 더 많은 이가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털릿은 다음날 네팔 당국의 구조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쉼없이 움직였다.

생존자들 태반이 생명을 구해준 은인으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털릿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 주말판 옵저버와 인터뷰에서 “모여있던 사람들의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며 “특히 (팀 동료이자 마취 전문의인) 메건이 정말 침착하게 잘해냈다”고 공을 돌렸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치료 중인 털릿은 2주 뒤 다시 네팔을 찾을 계획이다. 그는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을 겪어본 나로서는 이번 참사가 얼마나 참혹한지 잘 안다”며 “네팔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힘줘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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