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참여했던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정풍운동’의 주역이 된 이들도 있고, 김대중정부 청와대·내각 요직에 발탁되기도 했다. 정계 입문 20년을 맞은 올해 이들의 정치 행로는 제각각이다. 정세균 김한길 추미애 신기남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이다. 정, 김 의원은 당 대표를 역임했고 추 의원은 현재 최고위원이다. 천정배, 정동영과 함께 ‘천·신·정’ 트로이카로 불렸던 신 의원은 혼자 당에 남아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4·29 재보선에 승부수를 던진 정, 천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 깃발을 들고 서울 관악을 보선에 나섰다가 여당 후보에 ‘어부지리’를 안긴 배신자 신세가 됐다. 이번 패배를 스스로 ‘정동영의 한계’라고 밝혔듯 지역구와 당을 여러 번 바꿔가며 선거판에 얼굴을 내민 그의 정치적 효용 가치는 여기까지라는 말들이 많다. 천 의원은 광주 서을 보선에서 생환하면서 가장 핫한 ‘DJ 키드’가 됐다. “뉴 DJ들을 키워보고 싶다.” 그의 당선 후 일성이다.
천 의원의 출마 명분은 ‘호남정치’의 부활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정치가 살아 있을 때는 김 전 대통령 시절이다. 낙후되고 차별받는 호남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자는 데 지역주의로 매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작 DJ와 동고동락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무주공산인 호남에서 ‘맹주’ 역할을 해보겠다는 거 아닌가.” DJ는 생전에 ‘호남정치’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고 노무현정부에서 권세를 누린 천 의원이 ‘뉴 DJ 간판’을 내건 건 아이러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활을 건 원조 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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