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보다 더 뜨거운 남자가 여기 있다. 그는 노숙자들을 위해 직접 돈을 쏟아 이동할 수 있는 자그마한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만든 집에서 사는 노숙자 여성은 행복에 겨워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엘비스 섬머스(Elvis Summers) 이야기다.
파티용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섬머스가 노숙자들을 위한 집을 만든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과거 오클랜드의 한 남성이 작은 컨테이너를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즐겼던 섬머스도 노숙자들이 좀 더 사람다운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집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표현은 집이지만 사실 간단했다. 나무 등을 모아 컨테이너를 만들고, 이동이 쉽도록 아래에 바퀴를 단 게 전부다. 그러나 반응은 뜨거웠다.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 10여년간 떠돌이로 살아온 한 60대 여성이 섬머스로부터 집을 선물 받았는데, 행복해 어찌할 줄 몰라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섬머스의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으로도 퍼졌고, 자신들도 노숙자들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도 섬머스의 행동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았다. 섬머스는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정말로 마음이 넓다”며 “같은 곳에 72시간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컨테이너를 만들도록 허락했다”고 말했다.
섬머스는 노숙은 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집이 없는 건 범죄가 아니다”라며 “같은 사람인 우리가 노숙자들을 죄인으로 취급하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많은 노숙자는 떠돌이 신세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희망을 잃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 끊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섬머스는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 짓기를 위해 모금 운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노숙자 100명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5만달러(약 5300만원)를 목표액으로 책정했으며, 30일(한국시간)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모금액은 9000달러(약 961만원)를 돌파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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