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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할배 그리스편’ 성공의 일등공신 최재영 작가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
“다른 PD·작가 팀들도 열심히 일해요. 결과에 따라 주목받는 게 다를 뿐이죠. 우리 팀의 특징이나 성공 요인은 일을 정말 많이 한다는 거예요. 여행 예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겪어본 어떤 팀들보다 일을 많이 해요.”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할배-그리스편’의 메인작가 최재영(38)씨의 말이다.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나영석·신효정 PD, 최재영·이우정 작가는 ‘꽃보다’로 시작하는 여행 예능프로그램과 자급자족 생활 프로그램 ‘삼시세끼’로 연속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 작가는 2007년 KBS ‘1박2일’에서 나PD와 처음 호흡을 맞췄고 이후 CJ E&M으로 둥지를 옮긴 나PD의 러브콜에 응해 지난해 합류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작가는 ‘어벤져스급 라인업’이라는 일각의 평에 대해 묻자 쑥스러운 듯 웃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할배-그리스편’의 메인작가 최재영(38)씨의 말이다.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나영석·신효정 PD, 최재영·이우정 작가는 ‘꽃보다’로 시작하는 여행 예능프로그램과 자급자족 생활 프로그램 ‘삼시세끼’로 연속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 작가는 2007년 KBS ‘1박2일’에서 나PD와 처음 호흡을 맞췄고 이후 CJ E&M으로 둥지를 옮긴 나PD의 러브콜에 응해 지난해 합류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작가는 ‘어벤져스급 라인업’이라는 일각의 평에 대해 묻자 쑥스러운 듯 웃었다.

방송 중인 그리스편은 꽃보다 시리즈로는 7번째, 배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에 짐꾼 이서진으로 이뤄진 ‘할배팀’으로는 4번째 여행이다. 지난 5회 방송 동안 최고시청률 9.5%, 평균시청률 8.5%로 5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꽃보다’ 시리즈보다 높은 인기의 비결로 최 작가는 배우 최지우의 합류를 꼽았다.
“이전 할배팀의 여행은 말없는 다섯 남자의 여행이었어요. 맛있는 걸 먹으면 살짝 미소 짓는 게 다였죠. 하지만 최지우씨가 합류하고 할아버지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최지우씨가 “선생님 맛있죠?”하고 물으면 웃으면서 “맛있다”고 대답해주는 식이죠. 이서진씨는 그런 거 못하거든요.”
출연자들 캐릭터를 잘 살리려고 공을 들이는 것도 성공 요인이다. 실제 방송에서 카메라가 출연자 한 명을 비추고 있는 동안 화면 구석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다른 출연자의 재미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최 작가는 이를 ‘애정어린 관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말을 세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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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할배 그리스편’ 성공의 일등공신 최재영 작가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
“리얼버라이어티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캐릭터 잡기’는 여기에 달려있어요. 캐릭터는 발명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거거든요. 애정어린 관찰로 면밀히 지켜보다 보면 그 사람의 특징을 알 수 있고, 그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잡아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거죠.”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방송작가는 ‘대본을 쓰는 사람’이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작가는 할 일이 없는 게 아닌지 물었다.
“전통적인 방송작가처럼 대본을 쓰지는 않아요. 쓸 수가 없죠. 하지만 일은 더 많아요. 프로그램 종류마다 작가의 역할이 다르겠지만 저는 사전작업부터 편집까지 다 관여해요. 촬영이 열흘 일정이라면 사전에 열흘 일정으로 답사를 가서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이걸 봤을 때 출연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이걸 먹었을 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미리 예측해볼 수 있죠. 그래도 촬영 중에는 항상 변수가 생겨요. 그러면 PD와 회의를 통해 함께 결정을 내리죠. 출연자들과도 촬영 내내 교감해야 하고요. 돌아온 뒤에는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편집을 함께 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어요.”
그는 20대 초반까지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일본 어학연수 시절 본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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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할배 그리스편’ 성공의 일등공신 최재영 작가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
“남자 예능작가를 다룬 다큐멘터리였어요. 벤츠를 타고, 이층집에 살고, 탤런트랑 결혼을 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돌아가서 예능작가가 되면 저렇게 잘 살 수 있겠지. 착각이었죠.(웃음)”
그는 방송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SBS ‘야심만만’과 ‘신동엽의 있다없다’, 케이블 방송의 게임·스포츠 프로그램을 두루 거쳤다. MBC에서 작업했던 ‘아이스크림’은 시청률이 바닥을 면치 못해 7주 만에 폐지된 비운의 작품이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아내 박유미 작가를 만난 것. 드라마 작가로 진로를 바꾼 박 작가는 현재 SBS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을 집필하고 있다.
“부부 작가지만 서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편은 아니예요. 너무 잘 아니까 지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상처 받거든요.”
일주일에 몇번이나 함께 식사를 하냐는 질문에 그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일주일이요? 연 단위로 계산해야 돼요. 마지막으로 같이 밥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요. 지금은 둘 다 최고로 바쁜 때라 아예 따로 지내요. 적어도 6월까진 이렇게 지내야할 것 같네요.” 그는 3년차 부부작가의 고충을 덤덤하게 털어놨다.
최 작가는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하지만 교수로 전직할 생각은 없다. 60세까지 좋은 예능작가로 남는 게 꿈이란다. 좋은 예능작가가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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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할배 그리스편’ 성공의 일등공신 최재영 작가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가요. 예능이라도 의미 없이 웃기기만 하는 것 보다는 세대를 아울러 사회를 밝은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보셔도 알아듣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예능을 계속 하고 싶어요. 20년 뒤에도요. 왜냐하면 저는, 음… 예능을 정말정말 좋아하거든요.”
호탕한 웃음에서 그의 진심과 예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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