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승달에 불과했던 ‘시아파 벨트’는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장을 계기로 이제 보름달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의 IS 격퇴전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인 예멘 후티 반군에 무기 등을 지원해 사실상 수니파 정권을 무너뜨렸다. 2011년 바레인 시아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 진압군을 급파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뒷마당’에 이란 위성국이 들어설 조짐을 보이자 예멘 공습에 나섰다.
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예멘에서 격돌한 셈인데, 단순히 ‘종파 전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멘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 이란은 아덴만에 유럽행 원유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경제적 이해는 종파 문제를 초월한다. 사우디로부터 예멘 공습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파키스탄이 고심 끝에 거절한 것도 경제적 이유에서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으로선 이란이 제시한 아살루예 가스전∼파키스탄 나와브샤(총길이 1680㎞) 가스관 연결 사업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5·사진)가 IS 격퇴전이나 핵협상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자국 민심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때 중동 최대 부국이었던 이란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과 40%대 실업률, 500% 집값 상승이 일반화했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하메네이는 1989년 집권 이후 강경 일변도의 여론·사법·문화 정책을 펼쳐 독재·부패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슈피겔은 “하메네이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 불만은 대선 결과 조작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던 2009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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